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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영글 Sep 09. 2024

프롤로그 : 익명게시판

익명게시판은 온라인상의 공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익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차마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나 나만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의 뒷이야기 같은 것들을 솔직하게 꺼내놓을 수 있죠.  

   

“이건 비밀이니까 너만 알고 있어.”     


분명 내 입에서 시작된 이야기지만, 돌고 돌아 살이 붙은 그것들이 언젠가 내 귀에 돌아왔을 때는 원래의 것보다 상당히 변해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고, 사람들은 타인의 이야기를 옮기는 걸 좋아하니까요. 그렇기에 사람들이 익명 게시판을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내 이야기가 아닌 척할 수 있거든요.


놀이터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엄마들은 서로의 눈치를 봅니다. 육아를 하며 답답한 마음에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지만 어쩌다 보니 쉽게 입을 뗄 수 없습니다. 내 아이를 향한 칭찬은 누군가에게 잘난 척으로 비칠 수도 있고, 내 남편에 대한 험담은 신나게 옮겨 다닐 게 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녀들은 익명 게시판을 찾습니다. 진짜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이미지 출처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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