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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Nov 05. 2023

은경쌤과 브런치

슬초2기의 탄생

 딸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2019년. '엄마들 모임'을 유튜브 검색창에 입력하고 관련 영상들을 한 개씩 시청 중이었다. 그러던 중 "안녕하세요 이은경입니다"라는 시작과 함께 어여쁜 목소리의 친절한 여자분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내용만은 마냥 사근사근하지 않은, 강단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굉장히 솔직하면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줘서 엄마들 모임에 대처하는 것에 대한 큰 가이드라인이 잡혔었다. 이후 나는 이 분의 과거 영상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어느 영상 하나 지루하지가 않았다. 다른 유튜버들의 영상들은 10분 정도였지만 이 분은 20분 이상을 이야기하는데도 말의 버벅거림 한 번 없이 정갈한 어투지만 거침없는 조언들을 쏟아주었다. 이 유튜버를 만나고 시아는 지금까지 아주 야무지고 자기 주도적인 소녀로 자라고 있다.



 내 아이의 초등 5년을 책임져 준 그 유튜버는 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강사, 작가, 부모교육전문가로 종횡무진 중이신 이은경 선생님이다. 예전에는 아이 인생길을 소신 있게 잡아주는 선생님이었다면 지금은 브런치작가가 되도록 만들어주신 진짜 '내 선생님'이다.


 작년 봄, 동네 엄마가 "너는 개인주의자야."라는 말을 했다. 이기주의는 알겠는데 개인주의라는 말은 확실한 개념이 잡히지 않아 그날 오후 인터넷으로 폭풍 검색을 했다. 개인주의를 가진 제목들이 쏟아졌고 그중 몇 개의 글들을 읽으며 개념을 이해했고, 동시에 더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유난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브런치 스토리의 정제되고 정갈한 포맷이었다. 이곳에 글을 쓰는 분들은 모두 책을 출간한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본인의 원고를 업체에 보내주면 멋있게 그림 삽입과 편집까지 해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감히 글을 이곳에 올린다는 상상은 해본 적도 없고 그저 이곳의 작가들 글을 읽으며 연신 감동받고 감탄만 할 뿐이었다.



 2022년 가을 막바지에 은경쌤(이은경 선생님)은 브런치프로젝트 2022 공지를 날리셨고 종종 브런치 글을 읽으며 좋은 느낌을 갖고 있던 나는 적잖이 놀랐다. 브런치 작가? 나도 지원을 해서 될 수 있다고? 꿈이야 생시야? 가슴이 벌렁벌렁 두근두근. 하지만 용기가 없었다. 신청버튼까지 들어갔다가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자 하고 하루를 미뤘고 그런 날이 수 일. 접수는 마감되었고 두근대는 마음도 금세 수그러 들었다. 그렇게 기억 속에서 잊힌 브런치.


 2023년 초가을, 은경쌤은 포기하지 않으셨다. 계속 나를 부르셨다. 브런치 글 좋아하면서 왜 포기했냐고. 다시 도전해 보라고. 작년에 없던 용기 올해는 꼭 내보라고. 컴온컴온 컴투미. 내게 자꾸 손짓을 하셨다. 사실 선생님은 아무 말도 안 하셨는데 말이다. 내 안의 양심 발동인지 잊은 줄만 알았던 미련의 유혹인지, 알 수 없는 홀림에 내 검지는 어느새 신청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어느새 브런치 작가 프로젝트 2기 참가자가 되어 있었다. 망설이면 취소버튼을 누를 것 같아 이 프로젝트를 잊고 살려고 바쁘게 지냈다.


 운명의 10월 13일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긴장과 설렘을 가득 안은채 Zoom에 접속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어색한 미소를 짓고 앉아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은경쌤 얼굴이 나타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드디어 해님처럼 환하게 등장하신 선생님은 하나라도 더 많은 팁을 전수해 주시려고 노력하셨다. 1주, 2주 그리고 3주간 성실히 과제에 임했고 3주 차에는 작가에 지원해 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엉성한 글을 가지고 '작가'라는 대단한 타이틀에 도전하라는 말 자체가 구명조끼도 없이 깊은 바다에 뛰어 들라는 것 같아 암담하게 느껴졌다. 조금 더 퇴고를 거듭해서 지원을 할까, 이 정도면 된 걸까 수없이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지원 버튼 클릭.



 브런치 스토리 관계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작가가 되게 해 주셔서. 괜찮게 읽으신 것 맞죠?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뽑아주신 거라면 많이 부담스럽긴 한데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보겠습니다. 합격 메일은 거짓말처럼 신기하게도 생일에 맞춰 도착했고, 2023년에 가장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되었다. 작가에 지원한 이유들은 모두 각양각색이다. 팔자를 고쳐보고 싶어서, 무료함을 달래고 싶어서, 아이에게 멋진 엄마로 보이고 싶어서 등등. 나의 지원 이유 또한 지원자들의 모든 이유들을 조금씩 섞은 소망이 아닐까.


 슬초 브런치를 통해 만난 수많은 동기들이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며, 일상의 희로애락 스토리를 들어줄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앞으로도 그들은 나의 인생을 더욱 반짝이게 만들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생각만 한 트럭 하기에는 작가라는 신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지원서를 넣어 놓고 왜 불안과 초조함이 가득했는지를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감동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반드시 지켜야 하기에 나는 오늘도 6시간째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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