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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Nov 11. 2023

감성충만 이여사의 러블리데이

5년 후의 픽션일기

오늘은 금요일.

매주 금요일에 브런치 글 발행을 잊지 않고 루틴으로 삼은지도 벌써 5년. 이런 나의 꾸준함 때문이었을까 구독자는 이제 만 명에 육박한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기뻐하고 다짐하고 고마워했던 그때의 글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니 꽤 대단한 각오를 설정했던 것 같다. 다행히도 꾸준히 독서를 해온 탓에 그 마음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지금까지 이렇게 한 주도 쉬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어느덧 고1이 된 시아가 그렇게도 바라던 대원외고에 입학한 지도 8개월이 지났다. 오늘도 코 앞에 있는 고등학교를 두고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에 셔틀을 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엄마 마음으로는 안쓰럽다. 하지만 언제나 씩씩한 시아는 오고 가면서 셔틀에서 푹 자 오히려 개운하다며 되레 나에게 눈웃음을 씩 날린다. 여전히 친구들과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인기 있는 학생으로 잘 자라고 있어 대견하다. 그렇게 무섭다는 사춘기도 큰 이슈 없이 무난하게 잘 지나간 것에도 참 감사한다. 오히려 그 시기를 지나오며 수많은 대화들을 했던 것이 서로가 더욱 돈독해진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곧 기말고사라 인강과 교과서, 문제집을 병행하며 공부하느라 무척 분주한 시아에게 어제는 영양제를 챙겨주러 방에 들어가며 슬쩍 말을 걸었다.


"엄마도 시아가 열심히 공부하는 기간에는 더 열심히 글 쓰고 독서할 거야, 우리 같이 힘내자."


피곤함이 역력하지만 대견하다는 듯 엄마의 등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웃어주는 딸이 오늘도 고맙다.



'안녕하세요, SM엔터테인먼트 인사부 000 팀장입니다.

유튜브와 인스타에 꾸준히 올리시는 노래 영상과 글을 보았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이**님과 정식 계약을 하고 데뷔 의뢰를 드리고자 이렇게 정중히 DM을 보내 드립니다. 실례가 되지 않으신다면 이**님께서 방문 가능한 요일을 알려주시면 저희의 계획과 구체적인 일정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꼭 이 글을 그냥 넘기지 마시고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책 출판 계약의뢰 DM은 수백 통 받아 봤지만 가수 계약의뢰는 난생처음이다. 그것도 워너비로 여기던 SM엔터테인먼트의 가수 제안이라니. 회사의 수장이 바뀌더니 나이 든 아줌마도 데뷔를 시킬 정도로 오픈마인드인 줄은 몰랐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답장을 신속히 보냈다.


'안녕하세요 000 팀장님, 저에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주 오전은 모두 좋고 빨리 만나 뵙고 싶습니다.'

 

답신은 상대방도 재빨랐다.


'저희의 글을 읽어봐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러면 다음 주 화요일 오전 10시 괜찮으실까요? 자세한 주소는 아래에 링크로 걸어두도록 하겠습니다. 1층 데스크에 도착하셔서 인사부 000 팀장을 만나러 오셨다고 말씀하시면 바로 안내해 드릴 거예요. 소중한 만남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 화요일에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세상에. 다음 주 화요일이면 가수가 될지도 모른다. 아니 음반 녹음을 바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의 아픔을 딛고 새로 정착했던 H.O.T. 오빠들. 그들의 전신이었던 소속사에서 '제3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인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더니 결국 이번 생에 이루어지는구나. 드디어 내 친구 양파에게 당당히 외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가수다.'




그렇다면 '제2의 인생'은 언제 왔을까? 그렇다. 그것은 바로 4년 전의 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런치작가 데뷔를 하고 1달이 지난 11월 30일에 슬초2기 동료들과 '글쓰기 소모임'을 결성하였다. 소모임 명칭은 '매일 써요'. 매일 글을 쓰고 인증샷을 남기는 미션을 만들어 향후 10년간 꼭 지키자는 굳은 결의로 이름을 짓고 동맹을 맺었다. 당시 우리의 눈빛은 크리스털보다 반짝였고 누구 하나 여기서 열외로 빠지고 싶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1년을 낙오자 없이 열심히 지켜온 약속과 실행의 연속인 어느 날, 이메일을 정리하는데 출판사로 보이는 세 곳에서 메일이 온 것 같았다. 갑자기 심장이 벌렁거렸고 기대하고 고대하는 그 메시지를 꼭 담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한 개씩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 출간 계약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의뢰 이유인즉슨 브런치에서 발행했던 연재북과 매거진들이 라이킷도 엄청났지만, 실제 출판을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란다. 독자에게 감동을 주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1년 만에 책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글로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웠고 그 기쁨은 시아를 낳은 이후 평생 처음인 것 같았다. 책 계약을 하고 출판을 하고 큰 광고 없이도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병아리 작가는 5년이 지난 2028년 11월 10일 이지금까지도 계속 글을 쓰고 사람들을 웃고 울고 감동받게 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작가의 길을 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오늘보다 더 러블리한 추억을 곱씹는 내일로 만들기 위해 소신을 지키며 지금처럼 계속 뚜벅뚜벅 걸어 나갈 것이다.


누군가 5년 후의 목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지체 없이 대답할 수 있다.


세계를 누비며 글을 쓰는 '여행작가'가 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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