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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Aug 04. 2024

주말 공부를 하다.

방학 11일 차

해야 할 일이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마음.

해야 하는 건 알지만,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이런 마음을 담은 단어를 뭐라고 하면 좋을까? 그 단어는 현재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다. 눈치껏 다른 일을 하며 바쁜 척해보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놀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재미는커녕 불안만 가득하다. 그까짓 거 하기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하기 싫은지, 엄마를 피해 다니기 바쁜 일요일이다.그러다 결국 아빠의 품에서 사부작사부작거리다가 '심심해'라는 말이 기어코 나오고 말았다. 여기서 말하는 '심심해'는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고 싶다는 다른 표현으로, 아빠의 권력을 빌려 은근슬쩍 함께 묻어가려는 그들의 작전이다. 하지만, 이를 모를 리 없는 엄마는 이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꺼낸다.

"너네 할 일 다 했어?"

"하아...."

"한자 시험 이제 몇 주 안 남은 거 알지?"

"....."

평소 같으면 이 정도 말에 누군가가 떠밀리듯 어쩔 수 없이 끌려가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자연스레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기 마련인데, 요 며칠 아빠의 휴가를 핑계로 신나게 놀았더니 이 녀석들이 꼼짝도 안 한다.

방학이고 나발이고, 며칠 내내 놀았으니 얼마나 하기 싫을까. 그 마음을 알지만, 알아줄 수는 없다. 그 말인즉슨, 루틴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우리 커피숍 가자. 거기서 공부 다 하고 들어오자."

"그래. 그게 낫겠다."




 얼마 전 함께 갔던 카페 도서관이 꽤나 괜찮았던 모양이다. 우리는 각자 짐을 싸서 커피숍으로 향한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이 있어 소란스럽다.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찾기 위해 눈치 싸움을 하다 주문할 사람, 자리 맡을 사람, 상황을 전달할 사람으로 각자 임무를 맡기로 했다. 결국 우리는 카페의 가장 한가운데 있는 기다란 테이블에 앉기로 했고, 음료에 조각 케이크까지 시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스터디를 시작했다.

큰 아이는 한숨을 쉬고, 온몸을 꼬지만 다 풀지 않으면 안 갈 거라는 나의 으름장에 연필을 부지런히 움직여 본다. 둘째는 이런 상황을 예견했는지 준비한 헤드셋을 끼고는 책도 읽고, 영어 문제도 풀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동생이 형보다 낫다 싶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커피숍에서 각자의 일을 하며 나름의 시간을 보냈다. 큰 아이는 마지못해 시작한 공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집중하기 시작한다. 작은 아이는 이미 준비된 자세로 몰입하고 있었고, 어느새 카페의 소음마저 배경음악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잠시 후,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슬슬 마무리하고 집에 가자. 오늘 고생했어."


아이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정리했다. 커피숍을 나서면서, 엄마와 아빠는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는다. 미션 석세스!!

아이들은 힘들어했지만, 이런 시간이 쌓여 그들이 성장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들은 다시 평소의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럴줄 알았으면 더 하고 나올껄그랬나 잠시 후회를 해본다.


 오늘의 작은 전투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이런 하루하루가 모여 아이들이 더 나은 사람으로 자라나는 밑거름이 될 것임을 다. 부모로서, 그 과정을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찬 하루였기에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내일은 30분 더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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