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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Aug 02. 2024

물놀이를 가다.

방학 10일차

매일 최고 온도의 신기록을 찍는 요즈음이다. 습도까지 더해져 더욱 힘들고 지치는 시기에 마침내 남편과 나의 휴가가 찾아왔다. 이번 방학은 장기 여행보다는 짧게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휴가 동안에도 그 일정은 변함이 없다.


휴가 첫날, 우리는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기로 하고 아이들과 함께 만화방에 가서 하루를 보냈다. 만화방에서의 시간은 마치 냉장고 속에 들어간 듯 시원하고 즐거웠다. 다음날은 여름에 꼭 한번 해봐야 할 물놀이를 가기로 했다.


물놀이 장소로는 남편의 직장 근처에 있는 강가를 선택했다. 이전에 우연히 찾아낸 우리의 아지트 같은 곳으로, 맑은 물에 물고기와 다슬기가 많고 수심도 깊지 않아 아이들이 놀기에 딱 좋았다. 오늘은 날이 더워서인지, 아니면 지난주 폭우의 영향인지 아무도 오지 않아 우리끼리만 강 전체를 즐길 수 있었다. 마치 강을 통째로 빌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날이 덥긴 했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고 구름이 해를 가려주어 물놀이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다. 이렇게 시원한 물속에서 보내는 한나절은 우리 가족에게 큰 위로와 기쁨이 되었다. 짧지만 알찬 휴가로 소중한 추억을 쌓으며, 다음 버킷리스트를 기대하게 만드는 하루였다. 물속에서의 시간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물놀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남편은 강가 한쪽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물속에서 다슬기를 채집하며 놀고 있었다. 나는 돗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들의 신나고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엄마! 여기 물고기가 너무 커요!"

아이들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강물 속에 정말 커다란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물고기는 마치 작은 잠수함처럼 보였다. 은빛 비늘이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이고 있었고, 아이들은 그 물고기를 잡고 싶어 했다. 남편도 그 장면을 보고 낚싯대를 내려놓고 다가왔다.

"이렇게 큰 물고기를 여기서 보다니, 대단한데?"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았다. 큰 물고기를 쉽게 잡을 수 없었지만,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며 함께 시도했다. 결국, 큰 물고기를 잡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 협력하고 도전하는 즐거움을 배웠다. 우리는 물고기 이야기를 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아이들은 "다음엔 꼭 잡을 거야!"라며 결의를 다졌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오늘의 모험을 이야기하며 하루 종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비록 물고기는 잡지 못했지만, 우리 가족은 그 순간을 통해 더욱 가까워지고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이런 작은 에피소드들이 모여 우리의 휴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다음엔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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