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월드컵은 아들 집에선 명절과 같다. 꼭 봐야 하고, 꼭 해야 한다. 응원만 해도 충분할 테지만, 몸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아이들의 어설픈 핸들링과 발놀림이 저 멀리 파리의 선수들에게까지 힘이 되어주길 바라며 오늘도 우리 집은 열심히 보고 움직인다.
개막식 이후 일어난 많은 이슈들에 화를 내기도 하고, 깔깔 웃기도 했다. 우리나라 선수들만 보면 마치 내 가족인 양 TV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반가워한다. 태극기가 보이면 자연스레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에 애국이 별거냐, 이런 게 애국이지 하며 스스로를 기특해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이번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의 우리나라 첫 경기는 사격이었다. 로봇처럼 딱딱한 옷을 입고 절뚝이며 걷는 모습에 그들의 메달을 향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아들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걷는 게 웃기다며 따라 걷더니 어느새 장난감 박스에서 장난감 총을 가져와 사격 준비를 시작했다. 사격에서 쓰는 총은 아니지만 나름 흉내를 낸다며 영점을 맞추고 총알을 장전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선수들이 한 발 한 발 신중히 쏘는 것처럼 아들들도 진지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우리 혼합복식조 선수들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8, 19의 어린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 24의 동갑내기 한국 선수들은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아들들도 감동을 받았는지 어느새 땀방울이 턱선을 따라 흘렀다.
어렸을 적 무한도전에서 보았다며 아는 선수가 나와 반가워하던 아들들은 탁구는 우리나라가 최고라며 "야, 이번엔 탁구다. 준비해?"라며 마치 전투를 앞둔 군인들이 장비를 챙기듯 바쁘고도 진중한 모습이었다. 준비가 끝나고 경기가 시작되자, 우리 집은 다시 한번 뜨거운 응원의 열기로 가득 찼다. 아들들은 TV 앞에서 탁구채를 휘두르며, 한 점 한 점에 환호하고, 아쉬워하며 경기에 몰입했다. 결국 우리나라 선수들은 탁구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 후로 배드민턴, 펜싱, 수영, 유도 등 다양한 경기를 보면서 개막식 이후 우리 집은 더욱더 활기차졌다. 가족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응원하는 순간들은 일상 속 작은 축제와 같다. 아이들은 각종 경기 종목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넓혀가며, 때로는 친구들 앞에서 전문가처럼 설명하기도 했다. 그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그동안 여러 종목을 바꿔가며 가르쳤던 것이 이렇게 빛을 발할 줄이야;;)
이제 우리는 단지 스포츠를 보는 것을 넘어, 직접 즐기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주말이면 가족끼리 공원을 나가 농구를 하거나, 배드민턴을 치며 함께 땀을 흘린다. 경기를 보는 동안 배운 기술을 따라 해 보려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주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렇듯 올림픽과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우리 가족에게는 특별한 시간이다. 함께 웃고, 울고, 응원하며 우리는 더욱 단단히 뭉친다. 이런 시간들이 쌓여가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꿈을 꾸고, 노력의 가치를 배워간다. 그들에게 올림픽과 월드컵은 단지 경기가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배움터인 셈이다. 오늘도 우리는 또 다른 감동을 기대하며, 다가올 경기를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