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5일 차
2호의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일찍 저녁을 먹었다. 내기를 해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 설거지를 하기로 하고, 우리는 신나게 집을 나섰다. 발걸음은 가벼웠고, 마치 바람처럼 경쾌했다.
몇 년 만에 가는 노래방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이들 앞에서 너무 고상하게 굴면 노래방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친구들과 놀듯이 놀면 엄마의 위엄이 떨어질 것 같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했다. 마치 무대에 오르기 전의 연예인처럼 긴장되었다.
그런 고민은 노래방 현관문 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졌다. 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고성방가와 템포 울림이 내 깊숙한 감각을 일깨워 발과 머리를 움직이며 심장을 뛰게 했다. 음악에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고민할 필요 없이 친구들과 놀듯이 행동하기로 했다. 20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노는 법을 몸소 가르치기로 했다. 사장님께 큰 방을 달라고 하니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겠다며 온돌방으로 안내해 주셨다. 사장님은 아이들만 생각해 헛다리 짚으셨지만, 그 방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금빛 스탠드 마이크 하나와 개인용 마이크 4개, 뛰어놀 수 있는 계단 스탠드, 댄스, EDM, 락 등 다양한 컨셉으로 바꿀 수 있는 조명과 탬버린, 그리고 시원한 에어컨과 선풍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완벽한 무대 장치가 준비된 공연장이었다.
자, 이제 좀 놀아볼까.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본다. 아직 그때의 헤드뱅잉 감각이 살아있는지 흔들어 보고 벽도 짚어본다. 몸의 리듬이 살아났다.
"얘들아, 가자."
첫 곡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싸이 메들리로 시작했다. <나팔바지>에서는 찌르기와 허슬을 무한 반복했고, <강남 스타일>에서는 말춤을 추다 결국 음료수를 쏟고 말았다. 음료수가 바닥에 쏟아지며, 시원한 냉기가 퍼졌다. 휴지로 뒷수습을 하며, 요즘 노래도 불러보겠다고 <마라탕후루>와 <LOVE DIVE> 뮤직비디오를 따라 하며 가족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조금있으면 반백살이 되는 엄마아빠가 이렇게 혼신의 춤과 노래를 시범 보이는데, 앉아서 노래만 부를 거냐며 억지로 아이들을 세웠다. 아이들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재미가 뒤섞였다.
"다 뛸 준비해. 이번엔 노브레인 메들리야!"
노래를 부르며 고개를 숙였다 들고, 손을 올린 채 제자리에서 뛰는 밴드 음악을 즐겼다. 마치 락 페스티벌에 온 것처럼 분위기가 뜨거웠다. 아이들도 흥이 오르는지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 후로 1시간을 머리를 흔들고, 안 올라가는 음을 내보겠다고 득음하듯이 소리를 지르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있는 춤, 없는 춤을 다 추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놀았다.
맨정신에 이렇게 놀기 쉽지 않은데... 부모란 정말 뭐든지 하게 하는 힘을 주는 단어임이 분명하다. 부모의 사랑은 무엇이든 가능하게 만든다.
2호의 담임선생님도 이런 장면을 예상하셨을까? 의도야 어쨌든 선생님 덕분에 오랜만에 제대로 놀았다. 선생님의 숙제가 우리 가족에게 최고의 추억을 선물해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