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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Jul 26. 2024

할머니집에 가다.

방학 6일 차

아이들 방학했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지 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전화가 온다.


"내가 시골에 살아서 애들 놀러 오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코 앞에 사는데 방학이니 밥이나 사줄게. "


엄마 말대로 코 앞에 사셔서 평일, 주말, 오전 오후 가리지 않고 들락거리는 녀석들이거늘. 그래도 손주라고 방학 때마다 할머니와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그러신 것 같아 평소와 다르게 알았다고, 사달라고 했다.


"할머니, 그럼 오늘 저녁 먹어요. 갈비 어때요?"

"좋지~ 오늘 아빠 쉬는 날이야?"

"아니요. 아빠 없는데요?"

"그럼 아빠 쉬는 날 다 같이 먹자. 아빠가 더운데 일하시느라 힘드시니까 보양도 할 겸.."

"에이~ 우리를 위해 밥 사주는 게 아니었네."

"아니야. 정말 너희 방학해서 사주는 거야."

"그런데 아빠는 왜 데려가요? 아빠는 나중에 따로 먹어도 되는데."


아빠도 챙겨주시려는 고마움 마음을 아이는 서운함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을 위한 자리이니 자기가 원하는 때에 가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의 편의를 봐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평소 나와 엄마를 잘 챙기는 녀석들이라 다 컸구나 했는데 의외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직도 애구나 싶다.



 

 며칠 후,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아들이 원하던 생갈비로 정해졌다. 각자 곁들일 밥이나 냉면 등을 고르고는 둘째가 취합하여 테이블에 있는 기계에 주문을 넣는다. 1호는 공깃밥, 2호는 냉면을 1인분씩 먹고는 냉면을 하나 더 시켜 나누어 먹을 정도로 뱃고래가 커졌다.


"할머니, 아빠 때문에 밥 사주는 건데, 우리 방학 핑계 대서 서운했거든요?

 그런데 맛있는 것 사주셨으니까 이제 용서해 드릴게요."


능청스러운 1호의 말에 모두가 함께 웃는다. 2차로 가는 커피숍은 아이들이 처음 가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3층 건물의 호수뷰가 보이는 커피숍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장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을 한다. 물론 자신들이 먹을거리 먼저 찜해 두는 것은 잊지 않았다.


"엄마, 여기 너무 멋지다. 그렇지? 여기 커피는 더 비쌀까?"

"엄마, 이 것보다. 여기 그림도, 전시해 놓은 컵들도 너무 예쁘지 않아?"


평소와 다르게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1호에게 호응해주랴, 주문하랴 정신없어 하자 카운터 직원이 웃으며 기다려주기도, 빠트린건 없는지 확인해 주기까지 해 주신다. 여기는 1호 말대로 정말 최고의 카페다.  


"엄마, 저분 커피 만드는 것보다. 엄청 고급스럽게 하시지? 나도 저거 있으면 커피 고급지게 내릴 수 있는데?"

"하하하, 커피도 내릴 줄 알아?"

"네, 일요일 아침에 엄마한테 만들어 주거든요."

"착하네. 그런데 이건 도구 덕분이 아니라 기술이야."

아이가 커피 만드는 것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모습에 흐뭇하게 웃음이 나온다. 역시 아이들은 작은 것에도 쉽게 흥미를 느끼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싶어 한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야말로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 소중한 추억이 된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할머니도 손주들과의 시간을 행복해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손주들이 방학을 맞아 함께 보낸 시간들이, 단순히 밥 한 끼를 나누는 것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나누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커피숍에서의 대화까지, 그날의 모든 순간들은 할머니와 손주들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순간들을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주고, 앞으로도 더 많은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 다음 방학 때도 할머니랑 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1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또 하나의 따뜻한 추억을 쌓으며, 가족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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