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나 Dec 02. 2023

당신의 생일은 안녕한가요

‘생일 싫어’에서 ‘생일 좋아’의 여정까지


출처: Pinterest

겨울 태생이라 그런 걸까. 난 겨울이 좋다. 날씨가 요상해지는 바람에 11월 중순쯤 되어야 본격적 겨울이라 부를 수 있는 날씨가 된다. 이쯤이면 1년 동안 줄곧 기다려왔던 나의 생일이 도착한다.



겨울생들은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생일은 얼마나 길고 긴 기다림인지. 남들 다 축하해 주고 나서야 비로소 찾아온다. 물론 생일은 한 번뿐이니까 일 년씩 기다리는 건 다 똑같지 않나요?라고 물어본다면 음.. 그것과 이것은 다른 이야기다. 체감상 남들은 돌아오는 생일을 1년 기다린다고 한다면, 적어도 우리는 1.5년을 기다리는 느낌이다. 1월에 한 해의 포문을 열고 12월엔 해를 마무리하는, 말 그대로 연말이니까 1월부터 천천히 달려오는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이번 생일을 윤택하게 보내고 나서야 하는 말이지만 요 몇 년간 생일을 썩 기다리지 않았다. 뭐랄까, 왠지 모를 우울감부터 선물 받는다. 그건 흘러간 연애 때문일 수도 있고 이와 별개로 인간의 원초적 고독감과 외로움 때문일 수도 있다. 다정한 친구들과 부모님이 생일을 야무지게 챙겨줌에도 마음 한 켠에는 불완전하고 텅 비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쩔 땐 너무 철없나 싶어 나를 탓해가며 죄책감에 빠졌다. 비련에 빠진 여주인공이 되고 싶어 환장했구나 - 라면서. 하지만 이제는 그런 롤플레잉은 하지 않는다. 자기 연민을 느껴서 좋을 게 없다. 이것도 일종의 중독이며 비생산적인 자기 합리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일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 때를 떠올려보면 그건 바로 진정한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게 된 이후부터였다. 외로워하고 고독감에 헤엄치는 ‘나’를 내치지 않고 받아주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 - 하며 안아주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를 기다리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의 생일을 진정으로 축하해 줄 수 있을 때 가능했다. 본인의 생일을 0순위로 축하해 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자기 사랑의 척도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생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거울 앞으로 달려가 뜬눈으로 싱긋 웃으며 말해주었다.



“생일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 -라고.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에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생일도 더 열심히 축하해 줄 수 있다. 다시 1년이 리셋되어 기다려야 하지만 이 기다림이 왠지 모르게 즐거운 일로 다가온다.






작가의 이전글 찍먹은 나의 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