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매의 집을 제외한 나머지 집들은 허름하고, 나무로 구들을 데워야 하는 집이었다. 집들은 띄엄띄엄 있었고, 늘 실실 웃기만 하며 진수의 말을 법처럼 듣는 철이 아재만 동매 아버지를 제외하고 유일하기 동네에 있는 남자였다.
동매네는 아빠와 엄마 동매, 이렇게 가족이 함께 살았지만, 철이 아재는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건넛집에 이틀 있기도 하고, 아랫집에 하루만 있기도 하고 그리했다.
동매는 어릴 때부터 그랬기에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그런데 열 살이 되자 갑자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집 언니와 오빠들은 열 살이 되면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다들 어딘가로 가고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동매는 자기도 그들처럼 이 마을을 떠나고 싶었다.
어느 날 동매는 엄마에게 말했다.
"어매, 나도 인자 열 살인데 저 차 타고 가믄 안 되나? 아랫집 기실이도 내랑 동갑인데 이번에 간다 아이가."
그 말을 들은 새파래진 엄마의 얼굴을 동매는 아직도 기억한다.
"니 미칬나. 가시나야. 그런 소리 입 밖으로 내지도 마라. 아배한테 들리믄 쳐맞는데이."
진수는 철이에게는 동매 근처게 가지도 못하게하고, 말도 못 걸게 했다. 혹 근처에 가기만 하도 철이는 진수에게 흠씬 얻어맞았다. 철이가 무서운 진수는 동매를 피해 다녔다. 하지만 열 살이 넘을수록 그 마을애서 유일하게 뽀얀 동매는 철이의 시선을 끌었다.
철이는 언덕에 앉아 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나물을 캐고 있는 동매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다.
동매의 주위에는 마치 동매를 지키려는 듯 아줌들이 띄엄띄엄 앉아 동매를 감싸고 있었다.
마을에는 늘 아이들이 있었다.
이상하게 동매의 집에는 동매 밖에 없었는데, 다른 집에는 아이들이 여러명 있었다. 둘인 집도 있고 셋인 집도 있고. 아이는 거의 매년 태어났다.
마을에는 아이 울음소리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물론 동매네는 제외하고.
동매는 언니 오빠가 있는 집도 부럽고, 동생이 있는 집도 부러웠다.
그래도 그동안은 마을에 언니 오빠들이 있었는데. 동매가 10살이 된 설날, 이제 동매에게 오빠와 언니는 없어졌다. 마을 아이 중 동매가 가장 나이가 많아졌다.
한 번 마을을 떠난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소식조차 알 수 없었다. 엄마에게 물어보면,
"부잣집에 가가 잘 산다 카드라." 리는 대답만 돌아왔다.
동매는 높은 산등성이에 올라갈 때마다 언니 오빠들이 보고 싶었다.
어느 날, 동매 혼자 산 등성이에서 꽃잎을 뜯고 있었을 때였다. 아랫집 기실이의 동생이 동매 옆에 털썩 앉았다.
"누야, 누야는 기실이 누야가 어데 갔는지 안 궁금하나?"
"궁금하지. 엄마는 좋은 집에 입양 갔다 카데."
"맞나?"
기영이는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었다.
"나도 열 살 돼 가 입양 갈끼믄 기실이 누나 있는 집에 가믄 좋겠다."
기영이의 목소리가 촉촉했다.
"그래 안 되겠나? 원래도 남매 아이가. 그래 될끼다. 걱정 마라."
위로는 했지만 동매도 통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