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철이 아재는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아부지 손에 끌려욌다.
"아부지..."
동매는 너무 놀라 벌벌 떨며 철이 아재를 보았다.
동매 아부지는 화가나 씩씩거리며 동매를 째려보았다.
"니 솔직히 말해라. 야 집에 갔었나?"
"예? 예..."
"이 가시나가 미칬나? 와 야 집에 갔는데?"
"집.. 에 오다가 갑자기 번개가 쳐가 무서버가, 잠깐 들어가 있었어예."
동매는 최대한 차분히 말했다.
"진짜가?"
철이아재는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동매는 살짝 누그러지는 아부지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아부지! 뛰어 가는데 옆에 나무에 번개가 떨어졌어예. 무서버가 못가겠는기라예. 마침 아재 집이 보이가꼬 허락도 안받고 내가 들어갔어예. 아재는 그냥 번개 그칠때 까지 초만 켜주고, 내 무섭지 말라고 안심 시켜주고 했단 말입니더. 근데 말도 안들어보고 아재를 저리 만들믄 우얍니꺼!"
동매의 아부지는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지매들이 뒤에서 쑥덕거렸다.
동매 아부지는 철이 아재에게 슬쩍 던지듯 말했다.
"니 말이 맞네. 미안타. 오늘은 쉬라. 쪼매이따 동매한테 고기 좀 갖다주라하께. 철아, 미안타이."
철이아재는 그냥 예. 하고는 사람 좋은 웃음을 웃었다.
동매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철이아재가 알고 있는 것이 많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늘 고기를 가져다 주는 그때를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철이아재는 동매를 슬쩍보고는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재, 미안해예. 내가 괜히 가가꼬..."
"아이다. 안아프다."
"이따가 아부지가 고기 준다 카니까 갖고 가께예."
동매는 둘의 모습을 아버지가 멀리서 지켜본단 걸 알았다. 그래서 아재에게 깍듯이 시과를 하듯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동매 아부지는 헛기침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철이 아재도 돌아서며 슬쩍 웃었다.
하지만 동매는 그 순간 보았다. 차갑게 일그러지는 아재의 얼굴을. 무언가 아재답지 않은 차가운 다른 사람의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