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금만 더 솔직했더라면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되었다.
아니 썸네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우연히 뜬 알고리즘을 통해 달빛부부채널의 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최근 shorts가 유행하면서부터 긴 영상을 보는 것이 어려워졌다. 책을 제외하면 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썸네일의 여자는 어떤 사연이 있길래 저렇게 슬프게 울까? 그런 궁금증에 이끌려 영상을 재생했다.
"노멀 피플" 내가 본 영상의 드라마 이름이자 소설 제목이었다.
웨이브가 아니라 넷플릭스에 있었다면 드라마를 정주행 했을 정도로 인상 깊게 요약본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이 완결을 다루지 않아서 원본 소설을 찾아 읽게 되었고, 이틀 동안해서 다 읽게 되었다.
이 작품은 메리앤과 코넬의 사랑과 성장, 그리고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얽힌 관계의 복잡성을 다룬다.
사진 속 여주인공의 이름은 메리앤이다. 그녀는 변호사인 어머니를 둔 부잣집 딸이지만, 학창 시절에는 왕따를 당했으며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반면, 그 소녀와 러브라인으로 이어지는 남주인공은 코넬 월드런으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고 운동도 잘하는 엄친아 포지션의 남주인공이다.
이야기는 메리앤과 코넬의 학창 시절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왕따를 당하고 있는 메리앤과 흔히 말하는 일진무리랑 어울리는 코넬. 메리앤은 코넬을 짝사랑하고 있다.
이 둘이 자주 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는데, 코넬의 어머니가 메리앤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을 했기 때문에 학교 외에서 그들은 자주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평소 속을 잘 터놓지 않는 코넬은 메리앤하고 있을 때만큼은 쉽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꽤나 관계가 진전되지만 학교에서의 메리앤의 위치를 생각하면 자신의 평판에 좋지 않을까 봐 학교에서는 철저하게 그녀를 무시한 채 지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메리앤은 코넬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지만, 그는 그것이 친구로서 고백인지 남녀 간의 고백인지 헷갈려한다. 코넬도 그런 메리앤이 싫지만은 않아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 고백에 대해 물어보고 서로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 진전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만큼은 철저히 비밀로.
이 부분을 보면서 상당히 짜치는게. 그깟 평판이 뭐라고,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그걸 비밀로 하는지도 답답하면서도. 십대 시절에는 저럴 수도 있다고 공감을 하게 되었다. 왕따녀와 사귀는 일진이라니. 평소 남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코넬로써는 자신의 평판이 깎여나갈 것이 두려웠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진짜 선을 넘는 장면이 있었는데, 코넬이 졸업파티의 파트너로 다른 일진녀인 레이철에게 파티에 같이 가자고 하는 장면이었다. 그 입장에서는 자신의 평판을 지키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와 파트너로 가게 된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메리앤은 큰 충격에 빠지며 학교를 자퇴하게 된다. 그렇게 둘은 헤어지게 되었다.
졸업파티에서 코넬은 한 친구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그건 바로 자신의 친구들이 이미 코넬과 메리앤이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어, 학교에서 코넬 앞에서만 메리앤에게 장난을 치면서 못되게 군것이었는데. 그는 중요하지도 않은 평판만을 위해 그녀가 상처받고 있는데도 그저 무시하는 남자친구가 된 것이었다. 코넬은 자신이 중요하지도 않은 평판 때문에 메리앤에게 상처를 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코넬을 메리앤에게 사과를 건네려고 노력하지만 메리앤은 그 연락을 받지 않는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많은 일들이 실제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사람들은 우리에 대해 생각보다 관심이 없다는 것을 코넬은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다.
이후 이야기는 졸업 이후 트리니티로 넘어가게 된다. 대학교 생활의 이야기인데. 코넬과 메리앤은 둘 다 전교 1,2등을 다투던 아이들이라서 같이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위에서 다뤘듯 메리앤은 학교를 중퇴하여 코넬은 그저 그녀가 이 대학교에 진학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고등학교때와 다르게 코넬은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고립감을 느끼는 코넬과, 부유한 환경에서 인기를 얻는 메리앤은 정반대의 상황에 처한다.
완전히 반대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은 대학생활이 지속되면서 다시 예전과 같은 관계를 회복하고 주에 4~5회는 메리앤의 집에서 보내게 된다. 코넬은 가난한 집안사정으로 인해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는데, 다니던 가게의 인테리어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2달 정도 가게를 쉬게 되었는데. 코넬은 기숙사를 내지 못해서 고향에 내려갈까 고민하게 된다.
사실 코넬은 메리앤에게 동거하자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메리앤도 코넬이 그렇게 하자고 했다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넬은 끝내 동거를 하자고 말하지 못했다. 남자로서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싶지만. 소설을 읽던 나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하지만 이 부분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해서 둘은 완전히 오해를 사게 되고. 헤어지게 된다.
메리앤은 제이미라는 남자랑 만나게 되는데. 얘가 그냥 드라마를 보는데도 소설을 보는데도 욕 나오는 쓰레기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메리앤이 왜 이런 애랑 사귀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코넬에게 좀 더 몰입하게 되었다랄까. 메리앤은 너무 자기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 근데 그게 공감이 가서 화가 났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오빠로부터 폭행당해 생긴 트라우마가 아닐까 싶었다. 근데 코넬에게는 되게 매정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모습이 종종 나왔는데, 유일하게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하고 전혀 달랐다.
코넬과 메리앤은 서로 같이 있을 때 가장 안정되어 보였는데, 작가는 나에게 시련을 두고 싶은 건지 이 둘을 계속 갈라놓고, 딴 사람하고 만나게 하고 아주 보는 내내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들었다.
서로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났음에도 어느 한 부분은, 내가 이 부분을 말한다면 이 남자도 나를 버리고 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또 솔직해지지 못하고 그 부분 때문에 또 오해가 생기고 아주 안타까웠다. 서로가 서로에게 좀 더 솔직했더라면 이렇게 까지 멀어지지 않았을 텐데.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그깟 두려움이 뭐라고! 제3자의 입장에서 보니 둘이 서로를 밀어내고 싸우고 헤어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서로가 조금만 더 솔직했더라면 이 관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노멀 피플은 솔직하지 못한 순간들이 관계를 어떻게 어긋나게 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완벽한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로 하여금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코넬과 메리앤의 이야기를 통해 나 역시 솔직하지 못했던 나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앞으로는 더 용기 있게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