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본 사람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만남에서 가장 먼저 남는 것은 바로 첫인상입니다. 첫인상은 때로는 우리에게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때로는 깊은 편견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최근 두 가지 경험을 통해 첫인상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약 1년 전쯤 저는 한 분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분은 처음부터 말투가 다소 무례하고 공격적으로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제게는 부정적인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이후에도 몇 번 그분을 마주쳤지만, 매번 그 첫인상이 떠올랐고, 저는 여전히 그분을 좋게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1년 만에 우연히 다시 그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내가 첫인상에 얽매여서 그분을 편견으로 나쁘게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1년 사이에 그분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순간 저는 제 자신을 돌아보고, 그분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실제로 그분이 무례하고 공격적으로 대했던 분은 그분의 오래된 친한 친구였고, 그들만의 애정표현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걸 그날 처음 봤고 그분들의 사이를 몰랐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이 다소 무례하게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경험은 제가 다니는 학원에서 있었습니다. 최근에 학원을 총괄 매니저가 바뀌었는데, 이전 매니저와 친했던 저는 새로 온 매니저를 곱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말투나 태도가 조금 공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의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휩쓸렸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 저분은 싸가지가 없는 사람이구나, 본인이 총괄매니저면 다야? 나는 학원입장에서 손님인 건데.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해도 돼?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습니다. 그렇게 점차 중립적인 입장에서 점점 싫어하는 쪽으로 제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 이건 정말 내 판단일까, 아니면 주변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저는 제 선택이 진정한 나만의 것인지 의심하며 경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편견이 아닌 환경이 만들어낸 편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경험들을 통해 문득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여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첫 만남에서 무뚝뚝하고 차가운 태도를 보이는 남주인공을 나쁜 사람으로 치부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자신의 편견을 깨닫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됩니다. 저 역시 저의 첫인상이 얼마나 편견을 만들어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그분을 스스로 경험하지 않고 그냥 외부적인 요인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계속해서 속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외모만 보고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여성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주변에서도 그분을 싸가지 없다고 평가했지만,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분은 여리고 평범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단지 날카로운 외모와 적극적으로 사람들하고 친해지지 않으려고 했던 그분의 성격 탓에 주변사람들이 그분에 대한 편견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 경험 덕분에 저는 지금 겪고 있는 두 가지 사례에서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을 외부 요인만으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경계심이 생겼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부딪혀보면서 알아가는 것뿐입니다. 물론, 경험조차도 상대방이 속이기로 작정하고 속이게 된다면 잘못 해석될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스스로 내린 판단은 나의 책임으로 남습니다.
반면,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존하다 보면 이유도 모른 채 특정 사람을 싫어하게 되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제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 합니다. 직접 경험하고, 그 경험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 믿습니다. 내가 잘못 판단했다면 그것도 제 몫이고, 그런 경험들이 결국 제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