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계약직으로 주6시간 일을 하는 전업맘에 가까운 나는 항상 불안하다. 지금 나는 가정일에 충실하고 있을까? 돈을 더 벌어야 할까? 돈을 더 벌어야 한다면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워킹맘들은 도대체 어떻게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계속해서 생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불안해진다.
나는 일을 적게 하다보니 돈도 적게 벌지만, 그 만큼 아이들 케어를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단기 계약직으로 일을 하게 된 것도 불과 작년부터다. 재작년까지는 아이들만 바라보고 살았다. 36개월까지는 엄마가 돌보는게 좋다더라, 주양육자와 애착형성이 중요하다더라 라는 많은 말들과 실제로 1년 넘게 어린이집을 거부하며 온 힘을 다해 눈물을 쏟아내는 아들과 지내다보니 자연스레 둘째는 가정보육을 했고, 유치원에 가고 싶다는 말을 스스로 할 때까지 안 보냈다. 그래서 복직, 재취업 등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온갖 엄마표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아이들은 나도 모르게 쑥쑥 커갔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가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나에게 처음으로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다. 그 전까지는 내가 아파도 혼자 병원에 갈 수도 없을 정도로 항상 아이들과 붙어 있었다. 그래서 진정 나 혼자만 지내는 시간은 너무나 소중했고, 나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기 직전까지 1분 1초를 아껴서 썼다. 운동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장도 보고, 혼자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는 호사를 누렸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하자. 돈을 벌자. 우연한 기회에 전공을 살려 시간강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가 있는 사이에만 일을 했다. 주3일 일하는 날은 퇴근하자마자 아이들 픽업을 가고, 나머지 주2일 쉬는 날은 수업준비도 하고, 밀린 집안일을 하면서 보냈다. 이렇게 일을 시작하다 보니 주변이 보였다. 워킹맘들 많았고, 그녀들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을 하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철인도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 두 가지 일을 다 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난 단 몇시간 일하는 것도 힘에 부치고, 시간이 없다고 느껴지던데 워킹맘들은 프로였다. 친정엄마의 찬스가 있었던 걸까, 도우미 이모의 손길이 있었던 걸까, 프리랜서 아빠의 도움이 있었던 걸까. 나는 쉽사리 워킹맘의 영역을 넘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