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동현 Oct 22. 2023

디지털 디톡스

(도전 D+25~30) 605km/ 누적 거리: 4685km

카먼의 집에서 3일 정도를 보낸 후 고모 집으로 이동해서 이틀 정도를 더 쉬었다.

5일 동안 핸드폰도 거의 보지 않고 회복에만 집중했다.


오랜만에 늦잠도 자고, 그동안 못 먹었던 음식도 먹었다.

쉬는 동안 누나가 순산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있었다.


휴식 5일 차.

고모가 가족 여행을 떠나는 날에 맞춰 다시 길을 나섰다.

꽤 오래 휴식을 취해서인지 컨디션도 좋았다.


한동안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니 재밌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지도를 켰다. 하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이제껏 인터넷이 되지 않는 지역을 많이 지나왔던 터라 그냥 네트워크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그때 문득 e-sim 유효기간이 만료됐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급하게 근처 편의점에 들러 e-sim 교체를 시도했지만, 미국의 공용 와이파이 서비스가 우리나라만큼 잘 되어있지 않은 탓에 실패했다.


여러 차례 실패하고 결국 체념했다. 어쩔 수 없이 감으로 길을 찾아야 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나였기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국도가 없어서 일단 남쪽으로 향했다. 처음 선택한 길은 23번 국도. 운이 좋았는지 23번은 갓길도 넓고, 도로 상태도 좋았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동쪽으로 향하는 큰길이 보였다. 남쪽으로 충분히 내려온 것 같아서 30번 국도로 옮겨 탔다. 30번 국도 역시 나쁘지 않았다. 언덕이 많고 교통이 조금 혼잡하기는 했지만, 꽤 수월하게 이동했다.


식사를 하러 서브웨이에 들렀다. 직원 사만다는 인터넷 없이 여행을 하고 있는 내 사연을 듣고는  핫스팟을 켜주었다. 친절한 그녀 덕분에 지도도 확인하고 숙소 검색도 했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인터넷 없이 온 것 치고는 방향이 꽤 정확했다. 비록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오기는 했지만, 최단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주변에 캠핑장이 없어서 결국 모텔에서 라이딩을 멈췄다. 마침 비도 내려서 오늘은 숙박비 10만 원이 크게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연장된 디지털 디톡스.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아서인지 평소보다 피로감이 덜했다.

역시 우리는 피곤할 정도로 너무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사는 것 같다.




이전 22화 웰컴 투 미시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