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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여행에서 달리기가 없었다면 어쩔 뻔!

by 철봉조사러너
나는 진심으로 여행이 싫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그런 사람이다. 특히 해외여행은 더 싫다. 차라리 국내 여행은 드라이브 겸 해서 다니는 재미도 있고, 우리나라 역사 탐방 같은 코스는 좋아하는지라 그나마 낫지만 해외는 정말 힘들다. 뭔가 배움을 위해서라고 해도 차라리 집에서 독서를 하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내 기준에서는 도대체 왜 가는지 모르겠다. 일단 가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업무 조정, 준비, 가는 길에 불편함 등)을 못 견디겠다. 게다가 나뿐만이 아니라 자녀가 어린 가정은 아이들을 위한 준비와 짐이 어마어마하다. 가도 정작 어른들은 애들 챙기느라 잘 놀지도 못한다.


여행을 싫어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여행 복귀 후 일상 적응이 힘들다는 데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복귀하면 후유증으로 인해 출근과 업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나는 특히나 더, 나만의 루틴과 밸런스가 깨지는 게 정말 못 견디게 힘든 듯하다. 그래서 너무 싫다.


당연히 막상 가면은 좋긴 하다. 하지만, '굳이 이 돈을 내고 내가 이런 고생을 하면서 와서 즐길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뭐 당첨이 돼서 공짜로 혹은 아주 저렴하게 다녀오면 '아주 약간은'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는 나한테 업무적으로 해외 연수를 보내준다고 해도 거절하는 편이다...


그래도 여행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여행런(Run)', 달리기를 할 때이다.


나는 꼭 가족여행이나 직장 워크숍 등의 여행을 갈 시에는 반드시 러닝화를 챙겨간다. '여행런(Run)'이라는 공식 용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러닝 인플루언서나 여행사에서 소개하는 런트립(Run-trip:달리기와 여행의 결합)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달리기 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러너들이 어떤 이유라도 여행을 가게 되면 시간을 내서 달리는 행위를 나는 '여행런(여행 중에 하는 달리기)'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사실 꼭 나뿐만이 아니라 러너들이라면 누구나 챙겨서 하는 루틴이기도 하다. 여행지가 어디이냐에 따라 다르긴 해도, 나는 평소에는 밤에 뛰는 '나이트 러너(Night Runner)'이지만 여행 가서는 안전이나 하루를 더 잘 보내기 위해 대체로 '새벽런'을 챙겨서 한다.


이번 푸쿠옥 가족 여행에서 3일 연속 달렸다.


여행런은 장점이 매우 많은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로는 건강한 여행을 만들 수 있다.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는 전날 밤을 관리하게 된다. 아무래도 여행지에 오게 되면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를 어느 정도 방지해 준다. 다음날 새벽 달리기를 해야 하니 을 덜 먹게 되고 너무 신체적으로도 무리하지 않게 해 준다. 그리고 달리고 나면 그날 밤에 잠도 잘 온다.


둘째로는 식욕이 올라가서 여행지의 맛있는 음식을 더욱 기분 좋게 맛볼 수 있다. 사실 여행에서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나 같이 먹는 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는 한다. 그런데 아침에 달리고 나면 확실히 음식이 당긴다. 특히 여행 가면 빼놓을 수 없는 '조식'을 기다리게 된다.


셋째로는 여행을 더욱 깊이 있게 한다. 어디를 가던 대체적으로 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빠르게 지나치다 보면 그 참맛을 보지 못한다. 직접 발로 뛰면서 내 여행의 의미와 순간을 더욱 깊어지게 한다. 세상에 가장 중요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발로 다니며 배운 것들이다. 달리면서 나의 숙소와 현지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행이 매우 풍성해짐을 느낀다.


진도, 서산, 춘천 여행런
부산, 순천, 대부도 여행런
LA, 라스베이거스, 제주도 여행런


"여행 또 가고 싶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더 똑똑해져서 올 거예요!"


최근 들어서 나의 여행에 대한 다른 의미가 생겼다. 다니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우리 아들. 더욱 잘 커가면서 또 오고 싶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가 행복해하고 어린 날 인생의 의미를 찾아주는 여행을 가지 않을 수 없을 거 같다. 바쁘고 정신없어서 유난히도 가기 힘들었던 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의 좋은 의미를 가져본다.


알쓸신잡으로 유명한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는 저서 <열두 발자국>을 통해 창의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강조한다. "창의적인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순간을 만들기 위한 경험이 있다"라고 한다. 그를 위한 몇 가지 추천 방법으로 첫째로는 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격렬한 운동'이고, 그다음으로는 '여행, 독서, 사람 만나기'를 강조한다. 역시, 여행런은 정말 최적의 조합이 아닌가?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가족여행의 추억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라고 한다.


여행을 내가 좋아하는 독서처럼 생각하려고 한다. 여전히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가는 그 여정이 너무 힘들지만 조금 더 애써보려고 한다. 이런 여행의 소중한 경험들이 그래도 나와 우리 가족의 인생을 조금 더 좋게 만들어주리라 믿게 되었다. 정말이지 나에게 있어 '여행런'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을까?


앞으로는 그나마 더 기다려질 거 같다.


나에게 여행런이 그 기다림의 시작이다.

독서는 여행이고, 여행은 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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