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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할 때 이어폰을 끼면 안 된다는 사실

by 철봉조사러너
달리기 할 때 대체로 무슨 음악 들으세요?


달리기에 대해서 은근히 자주 받았던 질문이다. 그러면 나는 대답해 준다. 저는 음악 안 들어요. 그리고 들으면 안 돼요!


음악 추천은커녕, 심지어 달리기 할 때 이어폰을 끼고 말라고까지 훈계(?)를 한다. 그러면 상대는 굉장히 실망한 기색을 보인다. 이런 답변을 원한게 당연히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진심이다. 물론 듣는 러너가 훨씬 더 많을 테지만, 나는 러닝 시에는 무엇인가를 들으면서 달리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달리기에 있어서 이어폰은 굉장히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의 유익을 해치고 건강의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의 취향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강요하거나 비판할 의도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매우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물론 예전에 나도 음악을 들으면서 달렸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달릴 때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략 코로나 시기를 지나 현재까지 4년 정도 거의 이어폰 없이 달리고 있다. 현재는 그냥 가볍게 운동하거나 장거리 LSD(Long slow distance), 심지어 풀코스 마라톤 3, 4시간씩을 달릴 때도 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 습관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훨씬 좋은 성과로 나타났다.


옛날에는 이어폰을 무조건 착용했다...


물론 이어폰 착용의 장점은 있다. 첫째는 운동의 의욕을 높여줄 수 있다는 거다. 특히 달리기, 아니 마라톤은 비교적 심심한 운동이다. 다른 팀 스포츠에 비해서 경쟁하거나 격렬하지는 않다. 전력질주 달리기를 하는 게 아니라면 오랜 시간 장거리를 달릴 때는 상당히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러너들은 이어폰을 착용하고 무언가를 들으면서 달린다.


그래서 나도 예전에는 무조건 필수로 착용을 하였다. 심지어 착용을 깜빡했을 경우에는 다시 집에 가서 챙겨서 나왔다. 없으면 못 달리는 수준이었다… 또한, 계속해서 달리다 보면 소위 달리기가 지겨워지는 시기인 '런태기'가 오게 되는데 이때는 좋아하는 음악이나, 라디오 같이 무언가를 듣고 달렸을 때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외에 둘째는 '없다'.


내가 알아내지 못하는 거 일수도 있지만 정말 더는 장점이 없다. 혹시 이어폰을 패션(?)을 위해서라거나 할 공부가 있어서 운동하면서 학습을 하는 측면(??)을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럴 경우는 거의 없을 거다. 이어폰은 정말 단순히 심심하기 때문에 듣는 이유 말고는 효과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단점들이 훨씬 크다.


달리기에 있어서 이어폰 착용의 가장 큰 문제로는 첫째, 위험하다는 데 있다.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달리는 게 아니라 로드에서 달렸을 때는 자동차나 자전거 등의 위험 요소가 상당히 많다. 음악을 듣고 있거나 여기에 정신이 팔려있다면 위험을 인지하는 능력이 확실히 떨어지게 된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가끔 화보에서나 실제로 극소수의 분들은 '헤드폰'으로 귀를 완전히 덮고 로드를 달리시는 경우를 봤는데... 목숨이 여러 개 이신 듯하다. 목숨 부자가 아니라면 정말 무리수이다. 위험하다는 이유 하나만을 들어도 달리기 시의 이어폰 착용은 지양해야 한다.


둘째로는 기기의 손상이다. 아무래도 운동 시 땀은 제품을 손상시켜 사용 기한을 줄게 만든다. 운동 시에 열심히 썼던 나의 에어팟 1세대(2016)는 2년도 안 돼서 비교적 빨리 사용기한이 종료되었다. 운동으로 인해 경제적인 손해까지 발생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달리기 할 때 별로 이어폰을 쓰지 않았던 지금의 3세대(2021)는 너무 깨끗하고 멀쩡하다. 지금까지 대략 한 4년이 되었는데, 5년은 더 쓸 듯하다. 반소비주의를 지향하는 나는 10년까지(?) 도전해보려고 한다.


최근에는 귀에 꽂는 게 아닌 귀 위에 걸치는 골전도 이어폰(헤드폰)이 많이 나온다. 아예 귀를 막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위험인지가 되기는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매우 많이 사용한다. 이게 안불편하고 가능한가 싶지만, 꽤 러너들 사이에서 괜찮다는 반응이다. 신기한 것이 음질의 차이나 불편함을 기존 이어폰에 비해서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물론 '사운드'를 엄청 중요하시하는 사람이 라면 모르겠지만, 밖에서 소음과 함께 운동하며 이런 요인을 따지는 러너는 그다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굳이 음악을 들어야겠다면 골전도 이어폰을 쓰라고 권하고 싶다. 뭐 궁금하고 돈이 쓰고 싶다면 사라.


마지막 셋째의 가장 큰 문제는 달리기의 유익을 감소시킨다는 데 있다.


달리기는 뇌를 포함한 인지 기능을 향상하고 건강하게 해 준다. 즉, 엄청나게 유익을 주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시간을 온전히 달리기에 집중하여 자신의 몸과 정신에 최대한의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어떻게 보면 달리기에서 나오는 세로토닌은 수면을 관장하는 멜라토닌과 연관된 물질이다. 잠을 자게 하는 이 물질은 램수면 상태에서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로서 호르몬을 조절해 주고 뇌를 청소해 주는 효과가 있다. 달리기와 수면은 비슷한 좋은 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달리기 할 때 음악이나 무언가를 듣는 행위는 비유하자면 '잠을 잘 때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행동'인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의 발현을 증가시킨다. 이는 말초신경 및 골격근 등의 조직에서 생기는 단백질로써 체질량의 조절과 에너지를 유지 키기는 주요한 구성 요인이다. 대체로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의 뉴런에서 활성하여 생존을 지원하여 뇌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증가시켜 인지기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다. 이미 Neeper 외(1995), Komulainen 외(2008), Marlat 외(2012), 구정희 외(2013) 등의 무수한 연구로 일반화된 사실이다.


실제로 운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 감소와 뇌세포의 증진을 통해 창의성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적절한 수준으로 꾸준히 시행하면 일상생활에서 굉장히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엄청난 유익을 얻을 수 있는 시간에 음악으로 뇌에 혼란을 주는 것은 그다지 좋은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나는 중요한 업무나, 강의, 논문 등 글을 쓸 때에는 달리기를 통해 도움을 받는다. 이 글도 러닝 중에 영감을 얻었고, 끝낸 이후 쓸 수 있었다. 정말 나에게 있어 달리기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적인 루틴이다.


비교적 최근 대회부터는 '절대' 안 낀다(2022년 이후).


조금은 심심하게 달려야 한다.


성찰은 일상에서 여백이 있을 때 더욱 깊어진다. 복잡한 상황 혹은 바쁠 때 무언가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가? 조금 여유가 있고 무언가에 집중할 때 비로소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달리기를 할 때도 그렇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유익한 에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이전에 누군가가 강한 비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면 기록이 향상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이 견해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다.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각성에 의한 것으로서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기에는 어렵다. 심지어 감정적으로 흥분도만 높여서 몸에 무리를 줄 여지도 있다. 위험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상은 더욱 치명적인 문제이다. 달리기는 굉장히 체계적인 운동으로서 나의 페이스와 심박, 자세에 신경을 써서 달려야 하는 반복적인 과정이다. 기록을 높이고 싶은 러너라면 다른 것들이 아닌 나의 달리기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 또한 무언가를 듣지 않고 달리게 된 이후 기록이 훨씬 더 좋아졌다.


무조건 이어폰을 끼지 말자는 게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달리기에 온전히 집중하자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달리기는 가장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음에도 조금 심심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은 굉장한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은 공백을 갖고 달려야 한다. 그래야 잘 달린다. '심심'은 내가 생각하는 유익이 되는 달리기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전제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심지어 잘 달릴 수도 있으면서 삶에 유익이 되는 달리기를 위하여!


이제 달릴 때, 이어폰은 두고 나오자.

아 저 유선 이어폰 어쩔 거야...(2013)



* 연구 참고 문헌은 댓글에 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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