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Oct 21. 2023

중고 백수, 공공기관 입사를 꿈꾸다. -하-

취준생: 다시 또 합격, 그런데.

 다시 시작하기.


 모종의 이유로 앞서 다니던 곳을 그만두고, 곧장 취준길에 올랐다. 감이 떨어지기 전에 서류를 넣고, 시험을 치고, 면접을 봐야 한다는 조급함이 나를 또 다시 옥죄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나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고 사회적 이미지가 선한 공공기관을 찾는 것은 관두었다. 앞선 경험으로 그것이 크게 의미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가 합격할 자신이 있고, 월급만 많으면 된다는 기준으로 지원을 시작했다. -남들 보기에 부러워 보이는 곳이면 좋겠다는 보조 조건도 있긴 했음. 하하하.-


 기준이 달라지자 오히려 폭넓은 기회의 장이 열렸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하자, 찬스도 몇 차례 찾아왔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국내 굴지의 공기업 자회사에 최종합격 할 수 있었다. -물론, 공기업의 자회사는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도 지금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합격한 자회사가 아닌 모기업에는 서류 광탈이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하하하.- 이번에도 합격의 기쁨에 빠져서 헤엄치며 만족감에 푹 젖어있었다. 입사 커리큘럼(?)을 경험해봤으니 교육을 기다리고, 교육 후에는 발령 받은 지사로 출근하면 될 일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교육 관련 변경 사항이 있는 건가 하며 가볍게 받은 전화에서 권총을 쏠 줄이야. 발령지가 제주도라는 소식이었다. 정말 총알을 한 발 맞은듯한 충격이었다.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지역이었고, 기껏해야 주변 지역으로 가겠거니 했던 내 예상을 철저하게 짓밟는 소식이었다. 제주도를 갈지 진지하게 고민도 해봤지만, 지난번 회사처럼 업무가 내게 맞지 않으면 바로 벗어던질 생각이었기에 -나와 맞지 않는 일을 하며 수년간 불행을 겪어봤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제주행은 단념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시작도 못해보고 입사 포기 각서를 제출할 수 밖에 없었다.


 나 제대로 된 직장 생활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중고 백수, 공공기관 입사를 꿈꾸다.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