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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들 Feb 07. 2024

세번째 방광염, 그래도 출근 (feat.잔뇨감)

어쩌다 새벽글쓰기

 

 1년 전, 두 달 전, 그리고 오늘, 세 번째 방광염이다. 새벽에 화장실 다녀온 뒤로 잔뇨감이 없어지지 않아 뜬눈으로 천장만 보다가 노트북을 켰다. 뭐라도 해야지.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지만 나는 안다. 안 나온다는 것을.


어제 퇴근하면서 소변이 마렵기 시작했는데 한 시간 반을 달려 집에 와서 급하게 화장실을 갔었다. 그게 화근이었나?! 지난번과 다르게 배가 묵직한 느낌이 든다. 오늘도 잠에 빚지면 안 되는데, 다시 눈을 감았지만 방광은 혼자 열혈분투하는 게 싫어서 주인을 자꾸만 깨운다. 잠은 다 잤고 천장만 바라본다.




 새벽에 일어나 글 쓰는 사람의 부지런함을 동경했는데 드디어 새벽에 글을 쓴다. 방광염 때문에..

아프다는 느낌 외에 쓸 말이 없기도 한데 빈 페이지를 어떻게 채우지? 걱정되지만 일단 쓰기로 한다. 병원 오픈런하기 전에 챗gpt 선생님께 먼저 진찰받아볼까?



 





 집중할만한 영상을 보려다가, 챗gpt를 괴롭히다가, 어느덧 진료실 앞 대기 중이다. 1등으로 도착해 2등으로 접수를 했다. 어? 제가 먼저 왔는데요. 아니에요. 어르신 먼저 접수하세요. 나 혼자 맘속 대화창을 열었다가 닫았다. 30분 전에 화장실 다녀왔는데 소변검사는 어쩌지? 물을 한 컵 두 컵 마시고 두 번째로 종이컵을 받았다. 음. 다행히 검사할 수 있는 양의 소변이 받아졌다. 그런데 이것은 소변인가 보리차인가. 혈뇨는 무섭다.

 진료실에서 원장님의 5분 방광염 강의를 듣고 꼼꼼한 설명에 잠깐 학생이 되었다가 주사실에서 정신을 차렸다. 방광염은 모두가 그런 건지 주사 맞으면 30분 안에 통증이 사르르 없어진다. 약국에서 처방전을 내밀고 기다리는 동안 시계는 겨우 9시 20분. 병가를 내기에는 통증이 없어졌고 할 일이 쌓였다. 출근하기로 결정.


 어제 남편차를 타고 퇴근하는 바람에 차가 회사에 있다. 버스를 타볼까? 지하철은 자주 탔지만 버스를 타본 지가 언제인가. 회사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가야 하는데 병원에서 터미널은 차로 5분 거리지만 걸어갈 수 없으므로 아무 버스에 올랐다. 다음정거장이 급한데 영어 안내문은 없어질 생각을 안 한다. 5분 거리를 환승까지 하고 겨우 도착했다. 회사로 가는 버스는 하루 다섯번, 10:06분차를 놓치면 오늘 병가다. 아쉽다. 버스를 놓치지 않았다. 창가에 기대 이 글을 쓰다가 회사에 도착했다. 자다 일어난 옷 그대로 출근해서 안경으로 얼굴을 버무리고 일하다가 퇴근 직전 이 일기를 마무리한다. 통찰이 없는 글은 그냥 일기다.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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