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겼을까?
사춘기 딸의 방에
발걸음을 내딛은 로봇청소기.
“저리 가!”
딸의 외침에,
로봇은 잠시 멈춰 선다.
방 한가운데,
꼬인 이어폰,
쭈그러진 과자 봉지가 산재한 전장.
로봇은 나직이 속삭인다.
“이곳을 청소해야 해.”
“하지 말랬지!”
딸은 발을 들어 로봇을 쾅!
“내 공간이야, 나를 방해하지 마!”
그 말에 로봇은 살짝 뒤로 물러난다.
그러나 모터가 웅웅 돌아가며
아직 남은 먼지에게 다짐한다.
“돌아올 거야. 반드시.”
딸의 한숨과 로봇의 후퇴.
이 방의 평화는 또 하루 연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