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흰돌 Dec 08. 2023

누가 형이에요? 저요, 저요!

쌍둥이 키우면서 많이 듣는 말들



  쌍둥이 키우면서 많이 듣는 말들 3탄이다. 이 말은 아이들이 의사 표현을 할 줄 아는 나이가 되자 흔히 듣게 되었다.


  누가 형이에요?

  어렸을 때는 둘 다 눈을 뱅그르르 돌려 서로의 눈치만 봤다. 그러면 다들 보통 소망이를 가리키며 "얘가 형 맞죠?"하고 되물었다. 키는 둘 다 비슷비슷하지만 첫째 소망이가 둘째 희망이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는 탓에 조금 더 커 보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된 뒤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어느 날부터인가 "누가 형이에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희망이가 먼저 손을 들기 시작한 것이다.


  저요!

  물론, 희망이도 자신이 정말로 형이라고 생각해서 손을 드는 건 아니다. 우리 쌍둥이들은 둘 중 누가 먼저 태어났는지를 알고 있다. 의사 선생님께서 엄마 뱃속에 있는 둘 중에서 소망이를 먼저, 희망이를 나중에 꺼냈다고 말해주어서 알고 있으니까.


  그런고로 희망이의 '형' 발언은 사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기보다는 '형'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일종의 고집과 욕심에 가깝다. 당연하게도 희망이의 이 말을 그냥 듣고 넘길 소망이도 아니다.


  아니에요. 저예요!

  희망이가 번쩍 손을 들었을 때만 해도 흐뭇하게 웃던 상대방은 소망이의 이은 발언에 혼란스러워한다.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도 순간이다. 정말로 누가 형이지? 싶어지는 것이다. 이는 마치 '떡 먹은 용만이 찾기'처럼 아리송한 문제로 치닫기 일쑤다.



(c)2023. delight.H(https://www.instagram.com/delight.hee/).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그분들께는 죄송하게도, 나는 누가 형인지에 대한 대답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둘 중 누가 형인지는 우리 집에서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쌍둥이임에도 형과 동생을 철저하게 나누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그러한 구분 없이 키우는 것이 보다 보편적이다. 둘 중에 동생인 쪽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생각해 보면 제법 납득이 가는 이야기다.


  내가 어렸을 때도 동네에 쌍둥이 자매가 있었다. 둘은 나와 같은 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동생인 아이가 언니인 아이를 "언니"라고 불러, 어린 나는 걔가 나보다 어린애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면 어린 취급을 받는 것이 썩 나쁜 일은 아니지만(혹은 자랑할 만한 일이지만ㅎㅎㅎ) 어린 나이에 어린 취급을 받는 건 놀림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굳이 동갑인 형제를 상대로, "형"이나 "누나", "언니"나 "오빠"라는 호칭으로 부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둘 중 누가 정말로 형인가'에 대한 의문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먼저 태어난 아이를 형이라고 하지만 외국에서는 나중에 태어난 아이를 형이라고 한다. 엄마 뱃속에서 수정된 순서를 기준으로 삼는 것인데, 나 역시 수정부터 공을 들여 아이를 가졌다 보니 수술을 통해 배 밖으로 먼저 나온 아이가 형인 것보다 뱃속에 먼저 생긴 아이가 형인 것이 더 일리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우리 집에는 '형'도 '동생'도 없는 '형제'만 있다.






  별개의 얘기지만, 쌍둥이의 경우 주민등록등본에 태어난 날짜뿐만 아니라 태어난 시간도 표기된다. 제왕절개로 분만한 우리 집 쌍둥이들은 같은 날, 정확히 1분 차이로 세상의 빛을 보았다.




이전 18화 쌍둥이보다 연년생이 더 힘들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