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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흰돌 Oct 30. 2023

그래서 난임 병원에서는 뭘 해 주는데요?

난임 병원을 고민 중이라면



  난임 병원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면 다음으로는 '어느 병원'에 가느냐는 선택의 문제에 부딪힌다.


  난임 병원은 병원급에 따라 크게 소형, 중형, 대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소형: 난임 전문 의원


  문자 그대로 '난임'만을 치료하는 병원이다. 난임 검사부터 인공 수정, 시험관 시술까지 가능하나 임신에 성공하면 일반 산부인과로 옮겨 진료를 다녀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다.


  임신에 성공하면 일반 산부인과로 옮겨야 하는 것이 단점인 까닭이야 쉽게 나온다. 임신이 금방 될 것을 예상하면 병원을 또 옮겨야 하니 번거로운 것이다.


  반면 그것이 장점인 까닭은, 일반 산부인과에 한 번만 가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일반적인 산부인과에는 난임을 준비하는 이보다 아이를 가진 산모의 수가 월등히 많다. 그 말인 즉 병원에 가면 어쩔 수 없이 배가 부른 산모들과 만난다는 것이다.


  바라는 마음이 크면 절망도 그에 비례하여 커지는 법, 난임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임신한 산모들을 볼 때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질투심에 남몰래 속을 끓였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가족을 보면 부러움에 눈이 멀 것만 같았다. 난임 기간을 겪기 전 나는 맹세컨대 '질투'라는 감정에 종속되는 인간이 아니었으니 이는 비단 나만 겪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태어날 아이도, 갓난아이도 없는 난임 전문 의원은 그런 면에서 심적인 안정을 주는 장소다.


  또한 시술을 준비하게 되면 병원을 여러 번 방문하게 되는데, 병원의 거리가 멀다면 병원 방문도 부담이 된다.


  반면 의원은 그 수가 가장 많기 때문에 거리적인 메리트를 갖기 쉽다.



  (2) 중형: 종합 산부인과의 난임과


  규모가 큰 종합 산부인과의 경우 '난임과'를 운영하기도 한다. 건물 중에 한 층을 따로 내어 운영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나는 난임 전문 의원을 다니다가 종합 산부인과 난임과로 옮긴 경우이다.


  이곳의 장점은 난임을 졸업한 뒤에도 같은 병원에서 진료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배란일을 체크해 주시던 선생님께 뱃속에 든 아이의 초음파를 확인하고, 마침내 쌍둥이의 출산까지 함께한 것이 내게는 큰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었다. 난임에는 심리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하는 바, 자신과 잘 맞는 선생님과 출산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장점이다.


  반면 병원이 집으로부터 거리가 있어 진료를 볼 때면 늘 남편과 동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층이 다르다고 한들 임산부들을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병원에 가면 울적해지는 마음을 감추는 것도 어려웠다.



  (3) 대형: 종합병원


   '차병원'으로 대표되는 산부인과 종합병원이다. 난임과 관련하여 최신 지식을 가진 의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대기가 길고 진료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산부인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가장 우선시 되는 병원이다.


  '상급 병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동네 병원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면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또 가끔은 '어차피 진료받을 거'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다는 병원에 가서 진료받자는 마음으로 가는 이들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병원을 선택하는 건 본인의 몫이다.


  가끔 난임 전문 병원에서 '임신 성공률'이라는 숫자를 내밀며 홍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퍼센티지에 따르면 종합병원에서의 임신 성공률은 일반 산부인과의 임신 성공률보다 훨씬 떨어진다.


  이는 종합병원의 장비 수준이나 의사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고, 종합병원의 경우 의학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난임을 겪는 이들이 다수 치료를 받기 때문이다. 단순 감기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폐렴과 코로나가 함께 온 환자를 치료하는 일 중 어느 쪽이 '완치율'이 높을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다.




  병원급을 정했다면 그 뒤는 고민할 것이 없다. 어느 병원을 가나 난임에 관한 기본적인 치료는 동일하게 진행된다.


  난임 검사->과배란 시도->인공 수정->시험관 시술


  (1) 난임 검사


  남성의 경우 정액 검사를 진행한다. 채취한 정액을 검사하는 것으로, 방에 홀로 들어가 정액을 담아서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난임 치료에서 여성은 훨씬 더 많은 검사를 진행하므로 이 과정에 대놓고 불만을 표하는 남편은 많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여성의 경우 피검사와 초음파 검사, 나팔관 조영술을 진행한다. 피검사를 통해 임신과 관련된 신체 정보를 확인하고 초음파로 자궁 상태를 본 뒤, 나팔관 조영술로 내부에 꼬이거나 막힌 길이 없는지 체크한다.


  검사를 통해 문제가 발견되면 문제가 되는 부분을 먼저 치료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2) 과배란 유도


  한 달에 한 번, 여성은 한 개의 '난자'를 배출한다. 그리고 난임과에서는 임신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배란되는 난자의 수를 늘리는 '과배란'을 촉진한다.


  과배란 방법은 약물 복용과 주사가 있다. 산모가 될 여성의 몸 상태를 확인하며 양을 조절한다.



  (3) 인공 수정


  과배란을 유도한 뒤 배란일에 맞춰 따로 채취한 남성의 정자를 자궁에 직접 넣어주는 시술이다. 시술 시간이 짧고 통증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4) 시험관 아기 시술


  '체외 수정 시술'이라고도 불린다. '인공 수정'이 남성의 정자만을 채취하여 여성의 몸에 넣어주었다면 시험관 아기는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정자를 모두 채취하여 외부에서 수정시키고 배양한다. 그리고 수정된 배아를 여성의 자궁 내막에 이식시킨다.



 ⓒ2023. delight.H(https://www.instagram.com/delight.hee/). All rights reserved.



  그리고 나는 아주 운이 좋게도, 난임 검사를 마치고 한 첫 번째 과배란 유도에서 임신이 되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보았고 4주 차가 되어 병원에 방문하자 피검사 수치가 정상적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신이 난 나는 부모님과 친한 친구 몇에게 임신 소식을 알렸고 그들은 그간 나의 속앓이를 알았던 만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나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배 속에 아기가 들어있다는 생각만 하면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바라보는 세상이 새롭게 느껴졌다. 임신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임신출산 대백과' 책을 구입했고 태교에 좋은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열심히 검색했다.



  고작해야 열흘도 채우지 못하고 화학적 유산으로 아이를 떠나보낼 줄은 꿈에도 모르고,


  난임의 '시작'이 '끝'인 줄 알고 마냥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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