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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Oct 31. 2023

06. 우울을 그리다

잘 벼려진 목탄연필을 들어 올렸다. 

새하얀 공책에 스윽 스윽 생각을 읊어 적는다.


새하얀 종이가 검게 물든다,

이내 점점 까맣게 물들어가,

하얀 부분이 사라져 갈 때쯤,

내 손에도 목탄이 잔뜩 묻어,


내 손바닥이,

내 팔이,

내 몸이,

까맣게 물들어 갈 때쯤.


나는 눈을 뜬다. 

잿빛으로 물든 공책 한 장을 찢어

쓰레기통에 넣는다.


새하얀 공책에, 잘 벼려진 목탄 연필.

다음에 또 쓰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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