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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우영 Jul 25. 2019

141회차 밥손님 - '백지장'을 만나다

세상 모든 덕후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 백지장 

사람을 좋아하고, 창업을 꿈꾸던 열정 넘치는 대학생들.

하지만 세상은 그들에게 작은 공간 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직접 공간 찾는게 이렇게 어려웠는데, 다른 사람들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란 생각에, 동호회가 스타트업이 된 Team 백지장.


나이는 어려도, 다소 열정만큼은 프로인 그들을 만나봅니다.


백지장?



크리에이터, 기획자, 덕후가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보일 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컨텐츠를 채워 '완성된 그림'을 파는 대신, 그 분들이 컨텐츠를 채울 수 있는 '빈 도화지'를 팔겠다는 뜻에서 이름을 백지장으로 지었습니다. 실제 공간 기획 과정에서도 이용자 분들의 의견을 조사해 꼭 필요한 요소만 넣어 최대한의 여백, 최소한의 이용료를 유지합니다. 여백은 많고 이용료는 낮은 공간 자원으로 찾아낸 것이 서울에만 30,000동 이상 존재하는 노후 공실이었습니다. 현재 평균 10년 이상 사람들이 쓰지않던 노후 공실 6개를 평균 월세 35만원에 임대해 공유 공간으로 운영 중입니다. 지금까지 15,000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1,350개의 활동을 실현한 공간이 되어, 국내 1위 공유공간 플랫폼 스페이스 클라우드의 상위 인기 호스트 입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창업 동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백지장의 시작은 창업 학회 동아리였습니다. 미국의 프래터니티 등을 보면 아지트 같은 공간 하나에서 함께 지내고 친해지며 아이디어를 나누는데, 창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울타리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사회적으로 가치있다고 생각해 학교 밖으로 나왔습니다. 근데 막상 공간을 구현하는데만 총 6개월이 걸렸어요. 서울 안에서 보증금 100만원, 월세 30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공간을 부동산 등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찾을 수 없어서 부지를 찾는데 3달이 걸렸습니다. 찾은 곳은 1999년 이후로 사용되지 않고 상가의 폐품 등을 쌓아두는 지하창고로 방치되어와서 사람들이 머물 수 있게 보수하는데 또 3개월이 걸렸습니다. 우리가 창업 학회를 하는 건지 공간 개발업을 하는 건지 혼돈한 시기였습니다.



공간을 마련하는 동안 다양한 분야의 모임에 적극적으로 다니며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첫번째로, 서울에는 어떤 활동이나 모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 우리가 동아리를 하나 더 만드는게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 두번째로, 실현할 공간이 없어 많은 활동과 모임이 아이디어 단계에서 멈추고 있다는 것. 우리도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6개월 동안이나 본업을 멈추게 되었던 것을 회상하며, 공간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빌려주는데 집중하자는 아이디어로 피벗해 지금의 백지장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피벗 이전에 공간 공유가 가치있는 일이라고 느끼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문화예술 업계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일반 사무직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세 친구들에게 공간을 빌려주면서였어요. 문화예술을 정말 사랑하지만 생계를 위해 다른 업계로 가야겠다는 결정을 하고 아쉬워하던 분들이었어요. 당시 저희가 하루 35,000원에 공간을 빌려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친구 셋이 돈을 모아 4일간 공간을 빌려 바로 영화제를 여셨어요. 기사에 실리거나 대중들이 찾는 것은 아니었지만, 깊이와 꼼꼼한 준비도 참 좋았고 프로그램도 알차 관객들이 만족한 행사였었습니다. 영화제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문화예술 일은 나중에 40대가 넘어 생계가 안정되면 해야겠다 생각하며 우울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생업과 별개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지금 당장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백지장 공간에서 영화제를 열며 느꼈다.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생겼다.' 라고 말해주셨어요. 더 많은 분들께 이런 기회를 드리기 위해 저렴한 노후공실을 활용해 공간을 빠르게 낮은 비용으로 만들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연결해주는데 집중해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문래에 4곳, 신도림에 1곳, 대림에 1곳, 총 6곳에서 공간 임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백지장의 비전이 궁금해요



사람들의 삶의 원동력이 되는 가치 있는 활동 중엔 돈이 되지 않는 활동이 많습니다. 그런 일들이 독립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열릴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백지장의 미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간보다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많고, 그 분들이 속해있는 다양한 커뮤니티에 우리의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공간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을 먼저 봐서 그 사람들을 위해 공간을 만들고 있다는 게 차별점입니다.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거고 사람들이 근면하게 일하며 본업 하나로 삶의 가치를 확인할 수 없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요즘 사람들이 전에 없이 다양한 대안적인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게 그 증거라고 느꼈고요. 그래서 덕후 분들의 덕질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사회 전반적으로 인정받는 일은 아니라도 내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있고, 그 일에 대해 서로 인정해주고 공감해주는 작은 커뮤니티가 있다면 그 덕분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2016년에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공간이 없어 활동을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서 공간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는 공간 자원이 더 많아지고 살롱 문화, 모임 문화가 성숙해지면서 덕후와 기획자들을 위한 소규모 살롱 모임 개최에 필요한 다양한 편의기능을 담은 웹서비스를 개발 중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우리의 이용자들에게 계속 초점을 맞추며 그들의 니즈를 가까이에서 경청하는 게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분야들로 계속 확장해나갈 것입니다.


팀원 자랑!


H-on 드림에서 수상한 Team 백지장!


코파운더 신호태는 제 중학교 친구로, 이용자 관찰과 UX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은 개발자입니다. 백지장이 동아리에서 처음 공간 사업으로 넘어갈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하며 저와 함께 수 많은 이용자들을 직접 보고 그들의 니즈를 분석하고 이해해온 친구입니다.


사실상 친동생과 같다고 말하는 제 사촌 천미루는,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공간의 실제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현장 작업들을 맡아서 해주고 있습니다. 많은 공간 사업이 2년을 고비로 폐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창업팀이 직접 현장에서 몸빵을 하며 인건비를 절감해 버티다가 의욕을 잃게되는 시기라서 그렇다는 분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계속 달려올 수 있었던 건 믿을 수 있는 미루가 함께 현장 작업을 해줘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장년인재로 만나게 된 도현주 님은, LG에서 27년간 일하며 다양한 제안 사업들을 담당하신 B2B, B2G 비즈니스 전문가지만 놀랍게도 인디 문화, 독립 창작 페스티벌, 비주류 대안 공간 등에도 관심이 정말 많으셨어요! 처음 만나자마자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장년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함께 일하기로 서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하고있는 활동의 가치를 40대 이상 의사결정권자 분들의 언어로 통역해 기업, 정부기관, 지자체 등에 제안서를 작성하고 사업을 기획하는 일을 맡아주시고 계십니다.


이후 올해부터 저희가 인력을 늘릴 수 있을만큼 성장하게 되어 두 분의 새로운 팀원 분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김보람 님은, 7개국이 넘는 글로벌 현장에서 수 많은 스튜디오 기획, 시공, 현장 감독 역할을 해왔던 백지장의 공간 사업에 딱 맞는 인재입니다. 저희가 이제 공간의 개수를 빠르게 늘려가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기쁘게도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겨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은 백지장의 공간 사업을 총괄해주고 있습니다.


이부영 님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오랫동안 디자이너, 모델, 기획자,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해왔고, 동시에 스타트업과 영리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르고 계신 특별한 인재입니다. '실천음악감상회'라는 100명 이상이 참여한 모임을 성공적으로 창립하고 이끌고 계셔서 백지장과 인연이 닿게 되었고, 모임 문화를 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발전시키자는 비전이 일치해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백지장의 이용자 커뮤니티 관리와 모임문화 사업을 총괄해주고 있습니다.


스밥에 기대하는 점?


창업 학회 시절부터 양경준 대표님의 포스팅을 많이 읽어왔어요. 창업 이후에는 다양한 멘토 분들을 만나며 빠르게 배운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인 '덕후, 크리에이터 청년 이용자의 활동과 커뮤니티' 에 대해서 우리의 집중력을 최대한 쏟고 있고, 비즈니스와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는 멘토님들로부터 배우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의 시선이 저희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듣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양경준 대표님을 비롯한 스밥 운영진 분들과 선배 창업가 님과 식사하며 대화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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