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며칠째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
사과도 변명도 없는 말다툼.
눈치 보는 아이들.
이 모든 것들이 신경 쓰이고 불편한 나.
무심한 남편.
이런 상황은 결혼 후 몇 번이고 반복되어 왔다. 결론이 나질 않는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믿는 남편, 그게 답답한 나.
결국 이번에도 내 입에선 이혼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과거엔 남편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질러버린 이혼이었지만 이번엔 진심으로 고민하고 내뱉은 말이다.
우린..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굳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건지 회상해 보면 참으로 먼 시간을 돌이켜봐야 한다.
결혼생활 15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결혼해서 알콩달콩 꽁냥꽁냥 거리다 어느 순간 저 인간, 저 왠수로 바라보게 되었고, 서로 대화하며 웃는 순간보다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 내는 순간이 더 많아졌다.
지키지 않은 약속, 반복된 불만, 깊어지는 감정의 골.
다툼 후엔 항상 침묵이 이어지고, 그게 불편한 나는 먼저 불만을 터트린다. 잠자코 듣던 남편은 자기 합리화 내지는 변명을 쏟아내다 결국 맘에도 없는 사과를 하고,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한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겠다고.
그 말이 지켜지지 않을걸 알면서도 마지못해 그 사과를 받아들이며 다시 또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낸다.
이 패턴이 이제는 지친다.
이혼하자는 말에 남편은 '너 원하는 대로 해'라고 한다.
남편은 생각했을 것이다. 이번에도 저러다 말겠지.. 하고.
하지만, 아이들 상처를 생각하며 늘 미루어왔던 그 일을 이번엔 진행시켜야겠다.
이혼이라는 중대한 일.
이혼사유?
복잡한 감정이지만 이혼사유는 단순하다.
또다시 기대하고 실망하지 않기 위해..
실망한다는 건 가벼운 감정이 아니다. 실망은 배신과 분노와 불신이 어우러져 나를 피폐하게 만든다.
실망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그래서 이혼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