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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겔다 Mar 07. 2024

4. 술이 원수다

술 마시는 남편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술이라는 게 참 오묘하다.     

마시면 기분 좋고 대화도 잘되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지지만      

조금만 과해지면 파국이 되기 십상이다.  

             

남편도 나이가 드는 건지 술을 마시고 실수하는 일이 잦아졌다.      

안마방 가서 잠이 든 일 이후 남편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실수가 잦아지니 술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더 커지고 있었다.                

몇몇의 사건들로 인해 난 남편이 술 마시는 모습만 봐도 화가 나는 상태가 되었다. 

     

그중 하나는     

아이가 갑자기 아팠던 날이었다.      

그날도 남편은 술약속으로 귀가가 늦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큰아이가 6~7살 경이었던 것 같다.      

아이 둘 다 재웠는데 갑자기 둘째가 자다 깨서 칭얼거리기 시작하더니 토하기 시작했다.      

울며 계속 토하는데 이마를 짚어봤더니 열도 났다.      

응급실을 가야 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만취해 있었다.      

상황을 얘기하고 병원 가야 하니 빨리 집으로 오라고 했다.    

 

큰아이가 어리니 혼자 두고 둘째만 데리고 병원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데리고 가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자다가 동생 울음소리에 깬 큰 아이에게 아빠가 곧 집에 올 거라고 혼자 집에 있을 수 있겠냐니 혼자 있을 수 있단다.      

티브이를 틀어 타요를 보게 하고 아이를 집에 혼자 남겨둔 채 난 둘째를 업고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 도착해서 접수하고 아이에게 해열제가 든 수액을 맞히고 있으니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 도착했다고.      

큰 애를 다시 재우라 하고 수액을 다 맞히고 나면 전화를 주겠노라 한 뒤 전화를 끊었다.      


수액을 다 맞히고 둘째의 열도 좀 떨어져 집에 가려고 남편에게 전화를 거니 받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애를 업고 집으로 왔다. 아마도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집에 들어가려는 순간 현관문 비밀번호가 눌러지지 않았다.      

안에서 차단을 해놓은 것이다.     

남편에게 전화를 거니 여전히 받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현관문 차단 버튼을 눌러놓고 큰 애를 재우다 같이 잠이 든 모양이다.      

술에 취했으니 깊은 잠에 빠져든 것이다.     

난 아픈 아이를 업고 새벽 시간에 문 앞에 선채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계속 전화를 하며 초인종을 눌러도 남편은 반응이 없었다.      

눈물이 났다. 화도 났다. 배신감도 들었다.      

대체 이 인간은 뭐 하는 인간인가!      


새벽시간이라 초인종을 계속 누르기도 민폐 같아서 계속 전화를 하다 다시 한번 초인종을 연달아 두 번 눌렀을 때였을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드디어 문이 열렸고 자다 깬 남편이 놀란 얼굴로 서 있었다.      

술냄새가 진동하고 술도 덜 깨서 비틀거렸다.      

너무너무너무 싫었다. 그 모습이.     

술냄새도 너무 싫었고 술 취한 그 모습도 너무 싫었다.                

그 후 술 마시는 남편이 싫고 남편에게서 나는 술냄새가 싫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실수가 더 있었다.      

집에 언니네 식구들이 와 옆방에서 자고 있을 때였다.       

그날도 술을 많이 마셨는데 자다 일어나 화장실 간 사람이 오지 않아 거실로 나가보니 욕실 앞에서 나체로 대자로 누워 있어 나를 기겁하게 만든 적도 있고,      

술 마시고 귀가하다 소변을 참지 못하고 집 현관에서 지린적도 있었다.      

모두 술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나는 술을 끊으라고 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혼하겠노라고.   

  

남편은 다짐을 했었다. 술을 끊겠다고      

다시 술 마시면 자긴 개라며..        

       

결국 남편은 현재 개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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