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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겔다 Mar 04. 2024

3.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술이다.      

술 때문이다.      

술을 끊으라고 했었다.      

         

연애시절 우리 둘은 술을 즐겼다.      

난 술자리 분위기를 좋아했고 남편은 술을 참 좋아했다.      

남편을 따라다니며 그런 분위기를 같이 즐기고 재미있게 놀았었다.  

              

결혼 후에도 난 남편친구들에게 '보살'이라 불리었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새벽녘에 들어와도 생사만 확인되면 크게 간섭하지 않았다.      

남편도 본인의 동선을 문자로 남겨주며 내가 자다 깨서 남편이 귀가하지 않았어도 걱정되지 않게 배려해 주었다.   

첫째 아이 임신하고 내가 만삭이 되었을 때 친구들과 홍콩여행을 가고 싶다고 해서 흔쾌히 여행도 보내주었다. 잘 아는 친구들이고 무엇보다 난 그를 100% 신뢰했으니까.  

             

첫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조금씩 술 때문에 나의 잔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기도 있는데 술 취해 들어와서 아기 옆에 눕는 게 싫었었다.      

술 취해 아기가 우는 소리도 못 듣고 곯아떨어져 있는 모습이 싫게 느껴졌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가는 것보다 내 옆에서 아기를 같이 돌봐주길 바랐었다.                

그렇게 조금씩 잔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하다 둘째가 태어나고부터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3살 터울의 남자아이들을 키워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난 늘 지쳐있었고, 맞벌이를 해야 했으므로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았지만      

친정엄마는 살갑게 내 살림을 챙겨봐 주진 않으셨다.      

아이들의 등하원만 신경 써주셔서 아이들 밥, 목욕, 집안살림 모두 내 몫이었다.                


남편도 가사와 육아에 많이 참여했었다.      

그렇지만 둘째 아이가 태어난 후 육아휴직을 쓰며 집안일을 내가 전담하면서부터는 소홀해지는 게 느껴졌었는데 내가 복직을 해도 그 패턴이 크게 바뀌질 않았다.                

퇴근 후 아이들과 전쟁을 치른 뒤 아이 둘을 재워놓고 거실로 나가면 남편은 티브이를 보며 술을 마시고 있다.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모습이 짜증 나기 시작했다.   

그즈음에 술을 마시고 귀가가 늦어져도 문자도 없는 날이 많아졌다.                


한 번은 남편이 술 약속을 가고, 난 아이들을 재우느라 같이 잠들어 버렸는데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을 봤지만 문자 한 통 없이 새벽 5시까지 귀가하지 않은 것이다.      

화가 남과 동시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같이 술을 마시던 남편 친구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난 초조, 불안, 걱정, 분노 등 오만가지 감정이 들었지만 발만 동동거릴 수밖에 없었다.      

과거 본인의 동선을 문자로 알려주던 그 모습이 떠오르며 변해버린 남편에 대한 실망감과 원망도 밀려왔다.      

경찰에 신고하기엔 성급한 느낌이 들어 일단은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와 안마를 받으러 갔는데 안마를 받다가 잠이 들었단다.      

안마방라니..      

퇴폐 업소는 아니라며 자기를 믿어달라는데 이미 신뢰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던 건지 쉬이 믿어지지 않았다.                

잠시 후 부랴부랴 귀가한 그의 손에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며 케이크를 내미는데      

나의 분노는 폭발하고야 말았다.      

나는 케이크를 받아 들자마자 케이크에 내 분노를 담아 바닥으로 힘껏 던져버렸다.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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