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고양이들

by 오늘핌

외갓집의 정원에는 고양이들이 살곤 했다. 왜 '살곤 했다'이냐 하면 그 고양이들은 길고양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들 마음 내키는 대로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그들은 특정 품종이 아닌 전형적인 코리언 숏헤어로, 흰 바탕에 주황색 무늬인 치즈냥이도 있고, 흰색과 주황색과 검은색 무늬가 섞여있는 삼색이도 있고, 검푸른 세로줄무늬가 있는 고등어 태비도 있었다


나는 자주 보던 고양이가 안 보이면 마실 나갔겠거니 하고 새로운 고양이가 오면 새 식구가 왔거니 하며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보고 있었는데, 불현듯 고양이들이 한 번도 대문으로 드고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문은 거의 항상 닫혀있었기에 도대체 어떻게 이들이 굳게 닫힌 집을 그렇게 쉽게 드나들었나 해서 한 번은 마음먹고 관찰했다.


반나절 만에 알게 된 사실은 그들은 문이 아니라 지붕으로 다닌다는 것이었다. 당시 정원에는 아이비 같은 넝쿨식물들과 박과 장미로 뒤덮인 다소 난해한 지붕이 있었는데, 이 지붕은 정원 옆에 있는 조그마한 창고랑 닿았다.


정원에서 놀던 고양이들이 어느 순간 넝쿨식물로 뒤덮인 지붕을 타고 올라가다 창고와 이어져있는 길을 따라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창고의 바깥쪽 벽 또한 공교롭게도 길거리에 방치되어 있는 화단이 있었는데 금잔화나 채송화 같은 작은 꽃들과 접시꽃처럼 키 큰 꽃들이 조화롭게 피어나곤 했다.


그 유연하고 가벼운 몸으로 문 대신 지붕으로 나다니며 꽃들을 탐닉하던 고양이 중 치즈냥이는 어느 순간 배가 불러져 정원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새끼를 밴 것이 틀림없었을 터인데 방학이 거의 끝나가 집으로 돌아가야 해서 매우 아쉬웠다.


개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화로 듣자마자 주말에 엄마아빠를 졸라 외갓집에 다시 향했다. 치즈냥이 낳은 새끼들은 다섯 마리 정도 되었는데, 아비는 다른 색이었는지 네 마리의 각각 다른 색깔의 새끼들이 나왔다.


치즈냥이는 새끼들을 잘 돌봤다. 우리 식구들 역시 이 정원에서 새끼들이 어미품에서 안정적으로 보호받고 자기들끼리 노는 풍경을 좋아했다.


나는 이 풍경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도, 외할머니도, 사촌들도, 고양이들도, 이 집과 정원들도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계속 눈에 담고 싶었다.


그러나 외가댁이 재개발로 허물어지면서 정원의 나무와 꽃들도 짓밟히고 고양이들도 모두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그 가을에 내가 잃어버린 것은 단지 외가댁이나 정원이나 고양이들이 아닌 나의 유년기 전체였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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