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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마사 Sep 25. 2024

나보다 담배를 사랑했던 그녀

소개팅 필패의 역사

소개팅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내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다. 내게는 신기한 유전자가 있다. 바로 담배를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담배 연기를 역겨워한다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전혀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았다. 군대에서 작업을 할 때 흡연을 하는 사람들은 흡연을 핑계로 작업 도중에 쉴 때가 있었다. 하지만 비흡연자인 나는 계속해서 작업을 해야만 했다. 당시에는 비흡연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에 가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선배들과 친해지는 방법 중에 한 가지가 함께 담배를 피우는 일이었다. 비흡연자는 나는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중에도 계속 일을 해야만 했다. 요즘과는 달리 흡연자가 당당하던 시절이었으니까.


담배 이야기를 서두에 길게 꺼낸 것은 이번에 소개할 상대가 굉장한 흡연자였기 때문이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을 골초라고 한다. 그녀는 골초 정도가 아니라 슈퍼 울트라 골초였다. 첫 만남에서부터 담배를 쉬지 않고 피워댔으니까. 당시에는 식당이나 실내에서도 흡연이 허용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손에서는 담배가 떠날 일이 없었다.


그녀의 직업은 내레이터 모델이었다. 요즘은 BJ도 있고 치어리더도 있어서 내레이터 모델의 미모가 하향평준화 되었지만 당시에 내레이터 모델이라고 하면 미인들이 잔뜩 있는 직종이었다. 그녀를 소개해 준 것은 주혁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친구였기 때문에 다양한 직종의 친구들이 있었다. 내레이터 모델을 소개받을 수 있었던 것도 주혁이 덕이었다. 소개하기 전부터 어찌나 그리 자랑을 해댔던지 만나기 전부터 기대를 가득 가지고 만났었다.


실제로 본 그녀는 확실히 미모가 눈에 띄었다. 키도 크고 날씬하고 얼굴도 이쁘고 첫 만남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문제는 딱 인사를 할 때까지만 좋았다는 것이다. 이후로는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댔으니까. 아직까지도 미인이었다는 것만 생각나고 정확한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담배 연기의 인상이 너무 강했나 보다.


워낙에 미인이었기 때문에 계속 만나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 담배는 골초였는데 술은 즐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데이트 중에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담배가 좋은지, 남자가 좋은지라고 말이다. 그녀의 대답은 단호했다. 담배가 좋다는 것이다. 그럼 왜 소개팅 자리에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냥 심심해서 나온 걸까? 아니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그녀는 최강의 담배 빌런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키스까지 이어지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만약 키스를 했다면 타르 냄새가 잔뜩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이 된다. 결국에는 흐지부지 되어 연락이 끊기고 말았는데 가끔은 궁금하긴 하다. 과연 그녀는 아직까지도 골초일까? 아니면 지금은 담배를 끊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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