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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50대에 시작한 글쓰기, 나만의 무대 만들기

글로 쓰는 자유

by 검마사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50대를 목전에 둔 49세의 여름부터였다. 당시에는 사업도 잘 안되고 연애에 실패해서 자존감이 극도로 다운되어 있던 시기였다. 살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했다. 더 이상 술로 버티는 인생을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글쓰기였다. 서점에서 우연하게 손에 집어 들게 된 자청의 역행자를 읽고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리다 보니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글감을 고민하는 모든 순간이 내게는 의미 있는 과정이자 성장의 시간이었다.




50대가 되어서는 글쓰기가 내 삶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되니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 중에 일부를 버려야 했다. 가장 먼저 PG게임을 접었다.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도 줄였다. 술 모임도 줄였다. 취미 생활과 유흥 시간을 줄이고 그 자리를 글쓰기 시간으로 채워 넣었다. 문과도 아닌 순수한 이과생이 갑자기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글감이 생각나지 않아 막막 날이 이어졌다. 그래도 써야 했다. 이것만이 나를 살릴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외부의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글감을 고민하고 글을 쓰고 내 글이 글 친구들에게 읽히고 댓글로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자유를 느끼게 됐다. 내면의 나와 소통하는 재미를 느끼게 됐다.




글쓰기가 나와 맞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은 책을 쓰면서부터였다. 50살이 되기 전까지는 내가 감히 책을 쓰게 될 것이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50세를 맞이한 봄에 첫 전자책을 썼다. 어색하고 낯선 경험이었지만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판매가 이뤄지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생 2막을 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전자책 인세로는 파이프라인을 세울 수는 없다. 인세로만 생활할 수도 없었다. 아주 적은 액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감을 세우는 데는 충분한 금액이었다. 내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고 사 준다는 것을 느끼게 되자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전자책은 종이책 집필로 이어졌다. 11개월의 집필 기간을 끝내고 첫 종이책 <루틴의 설계>가 세상에 나왔다. 베스트셀러에도 올라보고 오프 서점의 매대에 진열되는 신기한 경험도 하게 됐다. 이것이 새로운 인생이다. 나만의 무대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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