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국가 재정 이유로 귀족층에게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습니다.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고, 커피 향을 찾아내 단속하는 직업이 바로 '커피 스니퍼'였습니다. 그 뜻을 재해석해,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커피 스니퍼의 역할이란 의미로 쓰이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들과 향을 소개합니다.
Q. 로스팅을 직접 하시다가 다른 분께 맡기게 되셨다고 해요.
미진님) 처음부터 맡기진 않았어요. 제 일에 과부하가 걸려서 안 되겠더라고요. 불렛로스터기 1kg에서 1.8kg을 사용했는데 큰 로스터기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우연히 협동조합과 관련해 서울시에서 지원받게 되었고, 8kg 로스터기가 생기면서 전체적인 자가 생산을 시작하게 되었죠. 그때 생산하면서 일거리가 많아지니까 이것만 잡고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 계기로 로스터를 구하게 된 거에요.
Q. 여성 바리스타분들도 로스터를 꿈꾸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업'(業)을 성별로 나눌 수는 없지만 메인 로스터로서 버거운 점이 있을까요?
*Key Insight!
미진님)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여성이 하기에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긴 해요. 적은 키로 수는 괜찮은데 점점 커질수록 힘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저 역시도 그래서 남자 로스터분을 고용했고요. 사실 남성분들만 있는 곳에 여성이 들어갔다고 하면 보통 일 시키기 어려워하세요. 반면 여성분들만 계신 곳은 남성분을 원하시고요. 힘이 드니까 어쩔 수 없거든요.
세민님) 로스터라는 직업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대량 생산하는 로스터라면 분명 차이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본인 매장에서 쓸 정도 케파를 소화해 내야 하는 분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납품으로 넘어가는 순간 생산에 집중되는 일을 계속 해야 되기 때문에 그 부분이 어려운 것 같고요.
미진님) 다만 장비가 괜찮다는 전제하 자동화 시스템 위주거나 지게차로 조정해서 해결해 준다면 부담을 덜 순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현재 로스터분이 계시기 전에 모든 로스팅을 담당하시면서 어려웠던 고충이 있으셨을까요?
미진님) 먼저 기사님들이 보통 전화하고 오실 때 제가 받으면 싫어하시더라고요. 웃픈 이야기지만 함께 짐을 옮겨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남성분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부터 하시고요. 도와드리겠다 말씀드려도 욕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처음에 아주 가끔 60kg이 들어오면 기사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서로 약간 머쓱해질 때가 있어요.(웃음) 도와드리고 싶은데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Q. 마음은 크지만,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네요. 어떻게 보면 타의로 확장이 된 경우가 아닌가 싶어요.(웃음) 일이 늘어나면서 매장에 투자해야 할 부분과 아껴야 할 부분도 분명하게 나뉘어 지지 않았나요?
세민님) 보통 일할 때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는데 투자를 계속하는 편이에요. 장비나 동선 관련과 재료 쪽으로는 망설임이 없어요. 제일 아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곳은 1인당 뽑아낼 수 있는 생산성이 가장 중요한 상태라 그 부분이 틀어지면 연쇄적으로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전에 방지해야 해요. 예전에 머신이 고장 났을 때 고쳐보겠다고 여기저기 수소문 하다가 이틀을 문 닫았던 적이 있어요. 상황상 돌이켜 보면 빠른 판단으로 바로 교체 했었다면 이틀은 쉬지 않았어도 됐는데(웃음) 그 경험 후로 뭔가 필요하다면 바로바로 진행하는 편이에요. 더 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진님)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큰 비용이 나가니까 쉽지 않았던 문제였고, 처음 겪는 일이라 고치면 되겠지 했는데 고쳐도 안 되는 부분이라서 그 상황에 맞는 판단이 어려운 것 같아요.
세민님) 아껴야 할 부분이라면 인테리어가 아닐까.(웃음)
미진님) 카페에 가장 필요한 부분인데(웃음) 이곳은 급하게 하기는 했어요. 자본도 부족한 상태에서 전기 공사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더라고요. 로스터리를 안고 이전해 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생산이 2주 정도 막힌다고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이 지연될 상황에 뭔가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빨리 출고도 해야 했고요. 안 되겠다 최소한으로 하자. 결정하고 후다닥 하게 된 거죠. 만약 로스터리까지 함께 이전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꼼꼼히 알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비용적으로 시간으로 체력적으로도 소모가 큰일입니다.
Q. 로스터리를 이전한다는 건 매장 이전과 또 다른 어려움인 것 같아요. 생산이 걸린 문제니까요. 하지만 최소한의 비용이 합리적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웃음) 이곳과 또 다른 분위기인 이문동커피집은 빈티지스러움이 가득해요. 전에는 매장 이용도 가능했지만, 코로나를 시점으로 지금까지 테이크 아웃점으로 운영하고 계시죠. 이유가 있으신가요?
세민님) 홀이 있었던 상태에서 코로나를 지냈는데 코로나가 끝날 때쯤 22년 2월에 리모델링했어요. 원래도 홀이 작았고,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은 편이었는데 홀에서 드시는 분들은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밀려 앉아는 계시지만, 홀 이용으로 천원 정도를 더 내셨는데 그 비용만큼 안락함을 누리지 못한다는 고민이 계속되었어요. 고민 끝에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안 하느니 못하지 않나 싶어서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도록 바꿨어요.
Q.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파티쉐 분이 계시니까 베이커리 생산도 이쪽에서 하시는구나 생각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운영인 것 같아요. 불편함을 외면 하기보다 다른 방향으로 운영 방식을 바꾸신 거니까요. 빈티지 느낌이 좋아서 이문동커피집 인테리어에 굉장히 공을 들인 줄 알았는데 별로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하셔서 놀랐어요.
미진님) 이문동은 계속 쌓여진 인테리어에요.(웃음) 시간이 누적되면서 만든 공간이고.
세민님) 여직원분이 집에 있는 소품을 갖다 놓는 걸 좋아해요. 직원 분들 손길이 정말 많이 묻어 있어요.(웃음) 업체에 맡겨서 완성된 공간이라기보다 머무는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있는 곳이라 정겹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Q. 테이크아웃 매장에서 로스팅을 하고 계시고 직원분들과 파티쉐분을 바라봤을 때 계획적으로 추진 하신 건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구조인지 궁금해요.
*Key Insight!
세민님) 둘이 많이 하는 이야기가 분야의 전문가를 고용해야 한다는 이야기에요. 물론 외적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사람에게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디저트를 할 거면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게 맞다 생각하고요. 인건비 문제를 생각하면 결단하기 어렵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벌여 하기도 즐겨하는 편이기도 하고요.(웃음)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 그 과정에서 재미를 찾아가는 것 같아요. 성장해 나가는 재미, 유지해 나가는 재미요.
Q. 운영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말해주신다면
*Key Insight!
세민님) 납품을 집중해서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납품 시장에 대한 고민도 있고요. '빈익빈 부익부'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은데 이런 마이크로 로스터리를 알고 계신 분들은 곧 로스팅을 시작하세요.(웃음) 그런 고민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작은 업체들은 가격 면에서 납품으로는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찾으시는 분들이 별로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차라리 테이크아웃 매장을 늘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자체 원두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브랜드 시장의 방향을 잡고 있어요.
Q. 맞아요. 저도 인터뷰를 하면서 그 공간에 들어서고 뵙다 보면 그만의 색깔이 뚜렷한 곳들이 많다 보니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부분도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메뉴판을 보면 3.500원에서 6.000원 사이의 스페셜티 가격대를 보고요. 저렴하게 판매하시고 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해요.
*Key Insight!
세민님) 첫 번째로는 주 고객층이 학생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앞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소비하게 될 잠재적 고객층인데 그들에게 가장 좋은 접근 방식은 가격적인 면이더라고요. 두 번째는 스페셜티 커피가 어느 순간 사치품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커피가 취미의 영역으로 넘어간 사람들이 스페셜티의 대부분을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상의 영역과 취미의 영역이 분리되어 인식되는 순간 스페셜티 시장의 '위기의 시작'이라고 생각거든요. 일정 부분 그 갭의 버퍼로서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결국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바탕에는 이 같은 마인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Q. 생각은 해볼 수 있지만 행동하기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현실적인 문제니까요.
세민님) 맞아요. 이 방법을 실현하는 데에는 여러 비용적인 조건이 맞아야 해요. 운이 좋게 로스터리로서 확장을 하면서 생산 단가를 맞출 수 있게 되었고, 고객분들이 자주 찾아주시면서 매장 운영에 관한 비용 문제들이 해결되었던 것 같아요. 같이 도와주는 직원분들의 역할도 아주 크고요.
Q. 저렴하게 판매하실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러시 타임을 고려해 대표님 두 분이 투입되어 인건비를 줄이시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매장 직원분들이 많이 계셔서 놀랐고요.
세민님) 동남아 휴양지를 가면 항상 직원이 많더라고요. 손님보다 더 많아 보이기도 했지만(웃음) 그 상황에서 보여지는 직원들의 여유가 부러웠어요. 이문동은 대학교 상권 특성상 러시타임이 길고 체력 관리가 어려운 곳이에요. 직원분들의 체력과 컨디션 관리를 통해 조금 더 여유롭고 밝게 손님맞이 하는 부분이 더 중요했고요. 현재 러시타임은 4인 근무이지만 아직도 손이 모자라요. 제가 느려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크네요.(웃음) 혹시 방문하셨을 때 제 표정이 밝지 않았다면 마음만큼은 절대 아니니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Q. 그럼요. 절대 오해하지 않습니다.(웃음) 음, 직원분 중에서도 창업을 꿈꾸시는 분도 계실 테고, 바리스타 일을 하면서 창업을 꿈꾸시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Key Insight!
세민님) 오히려 창업하기는 쉽고 유지도 할 수 있지만 키워나가기가 어렵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 본인의 욕심 한계에 따라서 난이도는 결정이 되는데 결국에는 '내가 어느 정도 먹고 살 정도면 돼'라고 판단하고 실행하시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아요. 창업했을 때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정도에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창업은 손바닥 뒤집듯 쉽다고 생각하지만, 납품으로 넘어가서 일을 키우는 과정은 다르거든요. 경쟁자가 워낙 많으니까요.
미진님) 대단한 분들이 많아요. 사장님 한 분이 로스팅부터 바리스타 업무. 베이킹까지 다 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1인 매장인데 생각보다 많으세요. 수익 구조를 떠나서 장인 정신으로 커피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정말 존경스러워요. 하지만 장사 마인드로 커피를 하신다면 베이커리는 필수라고 보셔야 합니다.(웃음)
Q. 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대표님 두 분이 각자 무엇이든 추천해 주세요!
세민님)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시다면 고양이를 키우세요.(웃음) 5년전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들어온 고양이가 있었는데 아무리 주인을 찾아봐도 연락이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데 쓰다듬다 보면 결이 나는 모습이 참 편안하고 굉장한 안정감을 줘요. 반려견. 반려묘가 주는 힐링이 있어요.
미진님) 뭔가 조화가 이상한가 싶지만(웃음) 저는 법률 스님 책이나 유튜브 보시기를 추천해 드려요. 즉문즉설을 하시는 영상을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요. 나에겐 큰 고민인데 듣다 보면 별일 아닌 것처럼 평온해지거든요. 이렇게나 작은 일이 마음을 두었나 하고요. 마음의 평화가 필요하실 때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