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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로 걷기 Jan 31. 2024

제주도에서 만든 멋진 추억

기적 같은 입상

작년 2월 세종 어머니회 회장을 맡게 된 집사람과 클럽 임원진 부부 3쌍이 제주도로 여행 겸 전국 대회에 참가하기로 하였다. 첫째 날은 집사람과 후배와 함께 개나리부에 출전하고 다음날은 세 부부 모두 혼합복식에 출전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집사람 체력이 이틀 연속 경기를 하기 어렵기에 우리 부부는 혼합복식 경기는 참여를 안 하기로 했다. 그런데 우연히 집사람이 전에 살던 동네의 후배와 통화를 하는 걸 들었다.


그 후배도 제주도 여행 겸 국화부경기에 참가한다고 했다. 내가 지나는 얘기로 내가 그 후배와 파트너를 해서 혼복시합에 참가하면 어떻겠냐고 집사람에게 한번 물어보라 했다. 후배가 이쉽게도 그날 다른 일정이 있어서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후 후배가 친구를 소개해 줄 테니 한 번같이 해보라 연락을 주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혼합복식경기에 참가하게 되었다.


경기일 아침, 코트에 나가 파트너를 처음 만나 인사를 했다. 가까운 공주에서 운동을 하고 국화부에서 2회 우승을 했다는데 첫눈에 침착함이 느껴져서 신뢰가 갔다. 그리고 시작한 예선경기는 순위만 가리는 경기였는데 인천에서 온 상대선수들을 만나 파트너와 게임을 조율하며 몸을 풀 수 있었다. 그리고 본선 1회전 128강은 상대 선수들이 강타 위주로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었는데 나는 뒤에서 백업을 하고 파트너가 발리 플레이를 능숙하게 해서 어렵지 않게 통과를 했다. 


그리고 64강에서 만난 상대 남자 선수의 파워가 예사롭지 않았다. 스트로크의 파워가 워낙 세고 정교해서 스트로크 대결로는 도저히 승부가 될 것 같이 않았다. 그래서 발리 위주 플레이로 전환을 하고 여자 선수에게 공격을 많이 했는데 전략이 주요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승리를 하였다. 


경기가 끝난 후 집사람 후배가 상대 남자 선수는 제주도에서 동호인을 가르치는 선수 출신 코치라고 했다. 역시 볼 파워가 다르게 느껴졌던 게 이유가 있었구나 알게 되었다. 만약 선수출신인지 알았다면 내 플레이를 제대로 못할 수도 있었을텐데 몰랐던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않았나 싶어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본부에 가서 대진표를 보니 다음 상대가 테니스 동호인 중 가장 강력한 선수였다. 정인이라는 선수였는데 동호인 랭킹 1위를 오랫동안 했고 더구나 슈퍼 동호인(전국 대회 5회 이상 우승자)들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인 '레전드 오브 레전드'에서도 우승한 선수였다. 가끔 유튜브에서 보았던 유명한 선수와 경기를 하게 되다니 믿기지 않았다.


대진표를 보고 집사람 후배에게 대진운이 안 좋다 얘기했더니  "형부! 이 대회는 동호인 혼복 대회 중 제일 센 오픈부 대회예요. 동호인들이 제일 우승하고 싶어 하는 대회이고 본선 3회전 이상은 모두 슈퍼급이라 보면 돼요."라고 했다. 그제야 대진운이 안 좋은 게 아니라 대회 자체가 실력자들이 참가하는 대회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제주에 가기 전 부부끼리 여행 삼아 제주도에 가서 잠시 시간 내어 테니스 게임도 하고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어보겠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었다. 그렇게 참가한 대회라 그저 먼 제주섬에서 하는 작은 테니스 시합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가장 큰 전국 대회였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32강에서 승패에 관계없이 정인 선수와 한 게임을 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역시 테니스 셀럽이라 그런지 경기를 안 하거나 응원을 온 대부분 사람들이 정인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코트에 구름처럼 모였다. 사실 정인 선수와의 경기 전 목표는 딱 2게임만 따보자는 생각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정인선수가 예상대로 강력한 공격을 해 왔고 그럴수록 뒤로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우리 팀의 발리 플레이에 당황하고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기 운이 좋았는지 큰 반전 없이 예상보다 쉽게 6:2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16강에서는 상대 선수 중 여자가 선수 출신 코치였다. 부부팀 같기도 하고 제자와 함께 출전한 것 같기도 했는데 여자가 경기를 리드해 게임 운영을 노련하게 하였다. 게임 중간에 라인 시비 등이 있었는데 목소리가 큰 상대방 기세에 눌려 억울하게 점수를 빼앗기는 등 어려운 상황을 여러 차례 넘기고 어렵게 6:4로 승리를 했다. 


그리고 대망의 8강 경기, 게임을 이기면 혼합복식 첫 출전에 입상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경기였다. 마침 배정받은 코트가 센터 코트였는데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경기 전 중계를 하는 사람이 와서 우리 팀에 대한 질문을 했다. 해설을 위해 나이와 구력 그리고 입상 경력 등을 물어보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유튜브를 보니 상대팀 선수들이 옆에서 듣고 있었다.(사진 빨간 옷, 베이지색 옷 선수) 



그렇게 우리는 상대팀이 어떤 선수들인지 모르고 상대는 우리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고 경기를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상대 남자는 슈퍼급 선수였고 여자도 국화부인데 그 전날 국화부 경기에서 3위를 했을 정도로 실력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경기 중 해설자가 객관적 전력으로 우리 팀이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처럼 얘기를 하기도 했다.


아무튼 경기가 시작되고 경기에 집중을 한 우리 팀이 순식간에 4:0으로 리드를 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상대가 우리 팀 정보를 듣고 실력을 얕보고 경기에 임했던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나이도 많고, 우승 경력도 없는 터라 쉽게 이길 거라 생각을 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역시 슈퍼와 국화부답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상대가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경기에 집중하여 게임 스코어가 바로 4:2가 되었고 다시 각각 서브게임을 주고받으며 5:3에서 내 서브 차례가 되었다. 내 서브게임에서 이기면 경기가 끝나고 지면 상대 남자 선수에게 서브권이 넘어가기 때문에 승패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게임이었다. 


그리고 30:15 상황에서 해설자가 예술이라고 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내가 서브를 하고 상대 리턴이 네트에 맞아 예측하지 못하게 넘어왔고 내가 공을 어렵게 넘기는데 급급해서 첫 발리가 짧아졌다. 그러자 상대가 들어오면서 사이드로 포핸드 강타를 쳤고 내가 물러서지 않고 앞쪽으로 각도를 좁히며 발리를 해서 멋지게 득점을 했다. 


https://youtube.com/clip/UgkxooHzWkYtMbe_D3uK6FxDVBu1yzlmqoXF?si=p8dxZZi6SPZn7J8h


그리고 40:40 노애드 매치포인트가 되었을 때 내가 평소보다 공을 여러 번 코트에 튀기며 생각을 했다.(해설자가 총알이 두발 남았는데 한 발만 성공하면 게임이 끝난다고 함) '이번 서브에서 끝내지 않으면 게임에서 이기는 걸 장담할 수 없다. 서브를 하고 첫 발리에 승부를 걸자.' 그렇게 생각을 하고  퍼스트 서브를 넣었으나 실패했다.


바로 이어진 세컨드 서비스에서도 망설임 없이 톱스핀으로 상대 백 쪽으로 깊게 넣고 앞으로 전진했다. 짧은 순간이었는데 상대가 포 쪽으로 돌아서서 강력하게 리턴한 공이 슬로비디오처럼 천천히 내 오른쪽으로 날라 왔고 내가 평소보다 세게 찍어 누르는 발리를 했다. 그리고 공이 상대편 베이스라인 근처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손을 번쩍 들었다. "이겼다!"


마지막 포인트가 나자 집사람과 함께 온 부부들 그리고 집사람의 후배 등 우리 팀을 응원하던 모두들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경기에 이기고 입상을 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https://youtube.com/clip/UgkxTOSztuuTo9DmHK_0v6pQUzIMyFAZlxNS?si=Shn64xE9EpQnUNuh


다음날 준결승전에서는 대회 우승자인 KATO 랭킹 1위 선수(슈퍼&선수 출신)에게 패했다. 그렇지만 먼 제주도에서 과분하게 선수 출신 코치들, 그리고 슈퍼선수들과 게임을 해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더구나 인터넷 생중계도 되고 집사람과 여러 사람들이 응원하는 가운데 멋진 추억을 만들었기에 내 테니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전체경기영상: 해설자의 재미있는 해설 포함>

https://www.youtube.com/live/ROzmqNqp438?si=ArKVip4bG_bpxrUv&t=19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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