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있었다.
임차권 등기가 새겨진 그 집 이야기.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지만 나는 버텼던 그 집.
그런데 놀랍게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 집, 아직 안 나갔죠?”
순간 멈칫했다.
창밖 햇살이 환했고, 바람이 창틀을 스치며 속삭이는 듯했다.
‘이제 보내줄 때가 됐어.’
혹시 내가 써 내려온 이 기록과 의지가, 어디선가 이 집을 알아봐 줄 누군가를 끌어당겨온 건 아닐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한 사람의 관심이 지방 부동산 회복의 신호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렇다 해도 좋고, 아니어도 괜찮다.
나는 이미 그 집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버팀을 했다.
그 집은 나에게 죽음의 끝에서 살아 돌아오게 한 장소였고, 이제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작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계약서를 꺼낼 준비를 하며, 나는 소설의 다음 문장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집은 나에게 끝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시작이 되었다.”
임차권 등기가 찍힌 집.
박제된 글자는 마치 저주처럼 느껴졌다.
“망한 집이다.”
“재수 없다.”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나조차도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한때는 나도, 그 문 앞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 무언가 있었다.
고통일까? 아니면 과거의 그림자?
문득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떠올랐다.
IMF시절 유아인이 헐값에 산집.
당당히 들어간 순간, 집 안에서 이전 주인이 자살한 채 발견되던 장면.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이건 내 집이다!”라고 외치던 모습.
그 순간 공포는 없었다.
그건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죽음도 두렵지 않은 인간의 광기이자 승리였다.
그 집도 그랬다.
임차권 등기라는 주홍글씨가 찍힌 그 집에서 나는 인생의 바닥을 찍었다.
그곳에서 울었고, 버텼고, 끝없이 기다렸다.
나의 실패가 깃든 자리를, 나는 회복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그리고 결국, 그 집은 매도되었다.
서류에 도장을 찍고 돌아서는데 눈앞이 흐릿해졌다.
허무가 아니라, 고통을 통과해 도달한 안도였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그 집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 집은 팔렸고, 나는 나를 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