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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강건 Mar 26. 2024

안 졸리나 안 졸려, 첫 학부 수업


금요일 오후에 조퇴를 하고 동대구역으로 간다. 오늘은 학부 강의하는 날이어서 타 지역으로 간다. 작년에 생애 처음으로 학부 수업을 했다.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강의실 문을 열었다. 학부생 여섯 명이 자리에 앉아 있다. 

“안녕하세요?”

 처음엔 약간 어색한 인사를 하고 앞자리에 앉는다. 강의할 파일을 컴퓨터에 복사해 놓았다. 준비해 온 출석부를 꺼내고 이름을 부른다. 앳된 얼글이다. 학부생은 딸뻘 나이가 된다. 

학부생은 서로 아는 눈치다. 편안한 분위기지만 나 혼자 모른다.      


강의과목은 초등영어교재라서 늘 내가 해온 일이다. 강의 준비는 어려움이 없었다. 모든 것에 유행이 있듯 교육에도 그렇다. 최근에는 에듀테크, 인공지능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 지능은 시작되는 단계여서 나도 잘 모른다. 강의는 해야 하고 모르니 나도 배워야 해서 수강료를 내고 이곳저곳에서 배우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또, 디지털 교과서도 앞으로 크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았다. 학부생은 졸업하고 나면 바로 현장에서 영어 수업을 진행할 예비교사들이므로 신경을 많이 써서 가르쳐 주어야 한다.      


똑같은 강의라도 강의시점에 따라서 강의 내용이 달라진다. 같은 과목을 강의하더라도 교수에 따라 배우는 내용도 달라지고 강조하는 부분도 같을 수 없다. 동일한 내용을 배우더라도 배우는 양도 달라진다.  

    

실습 강의니 실습을 많이 하는 방향으로 수업했다. 디지털 교과서도 접속방법을 알려 주고 직접 해 보게 하였다. 첫 시간이니 전체 방향과 큰 그림을 제시하였다. 오리엔테이션으로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안내하고 조별 과제를 위해 조를 만들게 했다. 학생이 만들도록 했다. 과제는 디지털 영어교재를 만드는 것, 그냥 만들라고 해도 되지만, 가이드가 필요할 거 같아 어느 정도 예시도 보여 주었다. 삽화는 교과서 삽화를 사용해도 되고, 필요한 사진은 무료 인터넷 사이트 등을 가져오고 반드시 출처표시를 하게 했다. 아이디어가 모자라면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빙이나 chatGPT를 간단하게 활용하는 법도 알려 주었다. 편집 툴도 사용해도 되고, 음성은 자기 음성을 영어로 녹음해도 된다고 했다. 오리엔테이션은 하니 어느 정도는 이해한 눈치여서 다행이다.      


오랫동안 강의 해보니 교수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학생이 말을 하고 참여를 하면 훨씬 더 교육효과가 높았다. 과제는 자신이 직접 디지털 교과서를 만들어 보는 과정이므로 참여도가 높았다.     


교육의 중심은 언제나 학생이다. 교수는 거들고, 교사도 학생을 거들뿐이다. 혼자 말하면 교수는 신나지만 학생은 졸리다. 안 졸리고 안 지루한 수업을 항상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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