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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lㅡQuestion Nov 05. 2023

뻬르돈 언덕에서

용서에 대한 고찰

팜플로나에 대한 새벽감성을 가지고 걷다 보니 어느새 용서의 언덕이라고 불리는 뻬르돈 언덕에 도착했다. 뻬르돈 언덕 위의 풍력 발전기는 바람과 함께 도열하여 나를 환영해 줬다.

뻬르돈 언덕길

용서의 언덕은 매우 가파르고, 정제되지 않은 길이었다. 여기서 돌아가도 용서를 해준다는 의미의 용서의 길인지, 용서란 무엇인지 고찰을 하며 걸으라는 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여기서 그만둘 수 없었기 때문에 후자의 의미를 생각하며 걸었다.


용서란 무엇일까?


타인이 나에게 저지른 잘못을 받아들이는 것일까?

타인이 나에게 저지른 잘못을 없었던 일로 치부하는 것일까? 용서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수많은 질문을 혼자서 고민했다.

나는 용서를 포용이라고 결론 내렸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감싸주며, 그 사람의 심적 부담을 같이 지는 것을 용서라 정의했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은 절대 타인을 용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심적 부담을 같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를 용서한 적이 있을까?

내 삶의 무게가 무거워 사건을 외면한 적은 있지만, 진심을 다해 용서한 적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때문에 나는 순례자의 길을 걸으며 나의 내면을 강화시키고, 마음 그릇의 크기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먼저 용서하고자 노력했고, 그간 내가 무례를 저질렀던 많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한걸음 한걸음 걸어갔다.


나의 어깨는 무거웠지만, 나의 마음엔 빈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라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나를 용서해 나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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