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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lㅡQuestion Nov 06. 2023

갈림길 앞에서

나는 왜 좁은 길을 선택했을까?

오늘 나는 로르까라는 마을까지 갈 예정이었다. 뻬르돈 언덕을 넘어 길을 걷던 중 뿌엔떼 라 레이나라는 마을에 도착헀다.

뿌엔떼 라 레이나

마을의 건물들은 정말 오래된 느낌이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마을의 건물이 오래된 건물 느낌이라는 것이다. 리모델링 공사를 하더라도 외관의 일부는 유지하는 것 같았다. 때문에 길을 걷다 보면 중세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아름다운 마을을 뒤로한 채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국 까미노 협회 웹사이트에서 마녜루라는 마을이 로즈와인과 송아지 고기가 유명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로즈와인이라는 것은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한번 마셔보고 싶었다.


마녜루를 가는 갈림길

마녜루를 향해 가던 중 나는 갈림길에 직면했다. 좁은 길은 가파르고 위험해 보였고, 넓은 길은 평탄한 언덕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피에르 산맥을 지날 때와 마찬가지로 좁은 길을 선택했다.


아니 나의 몸은 생각도 하기 전에 좁은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좁은 길 초입에는 사람들의 대변과 휴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지금이라도 되돌아갈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은 이미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마녜루를 가는 좁은 길

급경사로 이뤄진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좁은 길을 선택했을까?


관심을 받고 싶어서?(누구에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싶어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라는 가정교육을 받아서?(그래서 소외된 길을 선택했나?)

마이너 감성의 홍대병인가?


이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나는 계속해서 걸었다.

(좌) 좁은 길의 정상에서, (우)마녜루 마을 입구

시야가 막힌 힘겨운 길을 올라서니 탁 트인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메마른 땅에 울창한 숲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녜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은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마을 대다수의 사람이 축제에 참여한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내가 사는 동네의 7일장과 야시장은 점점 규모가 축소되고 있고,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이 붐비는 식당에 거대한 배낭을 잘 조절하여 들어간 뒤 자리에 앉아 양고기와 로즈 와인을 주문했다.

Bar Círculo La Unión

주민들이 많은 곳이 진짜 맛집이다. 양고기에서 양의 향이 났다. 나는 소위 고기 잡내라고 하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고기마다 그 향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먹는 고기를 더 잘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래돼서 나오는 비린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특히 스페인 고추와 양고기는 궁합은 진짜 환상적이었다. 퍽퍽한 부위에 고추를 얹어 먹으면 식감도 부드러워지고 풍미도 향상되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뒤 로르까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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