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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진 Dec 29. 2023

24주의 만삭사진

아기를 가지기 전, 만삭사진 당연히 40주 다 된 만삭 찍는 사진인 줄로만 았다. 정말 만삭에 찍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삭이 되기 전에 미리 만삭사진을 찍다.


단태아 임산부 만삭사진을 28주~32주 사이에  . 그 시기를 넘어가면 몸이 무겁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 붓기도 하며, 무리하면 안 되는 시기가 곧 도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기배가 적당 예쁘게 나와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유도 크다.


세쌍둥이 최적의 만삭사진 시기는 24~26주 정도로 본다. 그 시기가 지나면 컨디션이 많이 떨어지고 몸은 심하게 무거워진다. 세쌍둥이 특성상 조산이 많아 조심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리고 그때의 배가 적당히 봉긋하고 예쁘다.  지나면 배가 너무 많이 튀어나와 예쁘지도 않다.


나는 24주에 만삭사진을 찍었다.


인터넷에 만삭사진을 검색해 보면 너도 나도 무료로 만삭사진을 찍어준다 광고를 한다. 사진 찍기 전에 메이크업도 예쁘게 해 주고, 마음에 드는 옷도 대여해 준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광고를 보고 당연히 찍은 사진파일까지 받아 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딱 사진 찍는 것까지만 무료이다. 업체들이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 사진을 무료로 찍어 준다고 했지, 그 사진을 준다고는 안 했으니. 그래도 작은 사진 한 장 정도는 준다고 다. 당사자가 고를 수는 없고 업체에서 고른 것을 뽑아 준다.

사진 파일을 다 받고 싶으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파일들에 대한 돈을 내든지, 곧 태어날 아이의 성장 앨범을 계약하든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나는 처음부터 돈을 내고 만삭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다. 가서 보고 괜찮으면 아이들 성장 앨범을 계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인터넷을 검색해 사진관을 정하고 돈을 내고 찍겠노라 얘기하고 예약을 했다.


결혼 전 찍은 웨딩촬영은 즐거운 기억보다 찍는 내내 힘들었던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 메이크업받을 때만 해도 나는 엄청 신이 났다. 연예인이 아니고서야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전문가의 메이크업받을 일이 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신남은 곧 괴로움으로 바뀌었다. 더운 여름에 꽉 쪼이는 드레스를 입고, 들고(뒤가 길게 끌려 무거운 드레스를 입었지만 또 들어야 했다) 건물 밖 공원으로 나간 일이나, 입고 벗기도 힘든 드레스를 몇 번이나 갈아입은 일, 나오지도 않는 자세를 요구받으며 돌아가지 않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틀어 보려 했던 일. 입은 계속 웃고 있어야 했고 나중에 경련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정말 끔찍이도 힘든 하루였다.


당일은 힘들었지만, 웨딩촬영 한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때 아니면 내가 그런 사진을 언제 찍어 보겠는가. 남는 건 사진뿐인 것을. 지금도 웨딩촬영을 바라보면 뿌듯하기에 만삭사진도 찍어야겠다 생각했다. 세쌍둥이를 임신한 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남겨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른 지금, 몸에 무리가 가 문제가 생길까 그 부분이 걱정되었다.


24주 0일. 촬영 날.

이미 배가 많이 나와 의자에 제대로 앉을 수 없는 나는 양반다리로 의자에 앉아 메이크업을 받았다. 임신하고 집에 누워 지내다 예쁘게 화장도 하고 속눈썹도 붙이고 머리에 컬링도 넣으니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이것저것 신나게 옷도 골라보고 이자세 저자세로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다행히 이 날의 촬영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즐거웠다. 사진사는 임산부에게 무리한 자세를 요구하지 않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사진을 찍고 사진확인과 결재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벽에 수많은 아기들의 사진이 빼곡히 걸려있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커가는 과정을 많이 찍어주는  중요하다 생각했다. 굳이 비싼 돈을 내고 평소의 모습이 아닌 꾸며진 모습을 따로 찍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벽에 걸린 사진들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확실히 내가 찍어 줄 수 없는 그런 유의 사진들이었다. 평소의 모습과는 다른 귀여움이 있었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남겨 두는 것도 추억이 될 것 같았다. 웨딩촬영, 만삭사진은 어디 내 평소 모습인가. 그렇게 나는 걸려있는 사진들에 영업을 당해 아이들의 성장앨범을 계약했다. 아이들의 앨범을 계약한 덕에 그날의 만삭사진은 정말 무료가 되었다. 사진파일까지 전부 다 받는 진짜 무료.(론, 성장앨범에 다 들어간 액수인 것을 알고는 있다) 

즐거웠던 그 날의 추억(그리운 배)


벽에 걸려 있는 배 불뚝 엄마의 사진을 보고 아이들이 말한다.

"저기 아가야 있어. 엄마 배 안에 있어."


만삭사진은 아이들에게도 벌써 좋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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