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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진 Dec 26. 2023

1층으로 가자

몇 달 후 세쌍둥이가 태어날 예정이었지만, 앞으로 뭘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남편과 나 둘 다 애를 키워본 적 없었고, 육아에 대해 아는 것 없었다. 거기다 우린 한꺼번에 애가 셋이다. 하나도 잘 모르는데 셋이라니. 그저 멍했지만, 이것만은 명확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집안에서 마구 뛰어다닐 것이라는 것. 거기다 우린 곱하기 3이다. 애 셋 키우는 것도 힘들 텐데 층간소음 때문에 아이들을 못 뛰게 하면서 까지 살 순 없었다.


그래,

1층으로 가자.


어차피 임신 전부터 생각 중인 이사였다. 어디로 이사 가면 좋을까 고민만 쉬엄쉬엄 하고 있을 때였다. 미리 집을 안 구한 건 다행이었다. 미리 이사했다면 당연히 1층으로 가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동네를 정하고 1층집을 알아봤다. 1층은 로열층이 아니라 다른 층에 비해 비싸지는 않지만, 막상 구하려면 구하기 어렵다. 우리처럼 1층만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아파트에 1층이 딱 한집 있었다. 심지어 그 동네를 다 통틀어서도 한집만 있었다. 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집을 보고 계약을 했다. 계약을 한 것은 11월이지만, 이사는 2월에 하기로 했다.


이사를 위해선 준비할 것이 많다. 다행히 시간적 여유가 있어 차근 이사준비를 했다. 가장 먼저 이삿짐센터를 알아보고 계약을 했다. 그다음 할 일은 사 갈 집에 들어갈 가구를 는 것이었다.


남편과 결혼하면서따로 집을 구하지 않았다. 결혼 전부터 나 혼자 살던 집에 남편과 약간의 짐이 들어왔을 뿐이었다. 침대와 냉장고만 신경 써서 샀을 뿐, 그 외에는 요란스럽게 산 것도 딱히 없었다. 신혼 때도 사지 않았던 가구들을 사기 위해 이곳저곳을 무거워진 배와 함께 다녔다.   


인테리어 잡지에 나올 법한 예쁜 소파들이 나를 유혹했다. 이템 없이도 '오늘의 집'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소파들이었다. 하지만 그 위에서 세쌍둥이가 동시에 뛰어 놀 것을 생각하니 당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나에게 필요한 건 아이들과 안전하게 오래 쓸 수 있는 소파였다. 결혼 전부터 사고 싶었던 클라이너 소파는 아이들이 버튼을 눌러대며 장난을 칠 것 같았다. 나무로 된 소파는 아이들이 다칠 것 같고, 얗거나 너무 밝은 색의 소파는 금방 때가 탈 것 같았다. 천으로 된 소파에 아이들이 우유라도 흘리면 빨 수도 없는 일이고, 소파 다리 긴 것은 그 밑에 장난감이나, 심지어 아이들 본인들이 들어갈 것 같았다. 사고 싶은 이유보다는 사지 말아야 할 많은 이유로 결국 가장 둥글둥글하고 무난한, 인테리어 잡지는커녕 어느 가정집에나 있을 것 같은 그런 소파가 당첨되었다.


다음은 식탁. 예쁜 을 보고 있자니 다정하게 먹는 우리 다섯 가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식탁 역시 소파와 마찬가지로 예쁜 디자인보다는 아이들이 다칠 위험이 적은, 최대한 오래 쓸만한 로 골랐다.

그 외 가구들도 가장 무난한 것들로 결정되었다. 결국, 우리의 신혼집 아닌 육아집은 어딜 가나 있을 법한 그런 가정집의 흔한 가구들로 꾸며졌다.

대단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소파


17주 5일. 대망의 이삿날.

배는 단태아 신 중기 이상으로 나와 있어 몸 벌써 무거웠다. 절대 무리하면 안 되 상태였고, 오래 서 있기도 힘다. 모든 걸 다 해주는 포장이사지만 내가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이미 바닥에는 앉기 힘고, 소파는 맨 마지막에 들어올 예정이다. 내 엉덩이 하나 걸칠 수 있는 좁고 딱딱한 나무 의자에 겨우 앉아 있었다.  웬만하면 거기라도 앉아 입만 움직이려 했지만, 어디 그럴 수가 있나. 사 내내 방 저 방 옮겨 다녀야 했고,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사 후 심한  몸살이 왔고, 이전에는 없던 골반통에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 혹시 아이들도 힘들었을까 봐 이사한 후로 한동안 집에서 쥐 죽은 듯이 지냈다. 이삿짐은 이삿짐센터에서 놔두고 간 그대로 오랜 시간 유지되었다. 갈수록 배가 더 불러와 정리를 할 수 없었다. 아기 낳고할 시간이 없었다. 아직 다 정리를 못한 건 안 비밀이다.

Hi! 17주 0일. 나에게 인사해주는 고명딸


이 집으로 이사를 것도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1층의 특성상 사생활 보호면에서 불편한 점이 많긴 하지만,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아이 셋을 보면 모든 단점을 다 이겨버리는 느낌이다. 1층으로의 이사는 정말 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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