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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진 Dec 22. 2023

대학병원

쌍둥이 별한 이벤트가 없다면 일반 산부인과로 가서 진료를 보고 출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쌍둥이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쌍둥이는 큰 이상이 없더라도 3차 병원으로  진료를 보고 출산을 해야 한다.


단태아는 만삭이 40주인데 비해, 쌍둥이는 보통 37주, 세쌍둥이 만삭을 35주로 본다. 요즘은 산모 상태나 아이들 상태에 따라 36주까지 버티는 경우도 가끔은 생긴다.


모든 세쌍둥이 산모들의 목표는 단 하나.

35주. 아이당 2kg 돌파.


단태아가 보통 3kg 이상으로 태어나는 것에 비하면 작디작지만, 2kg 아이 세명에, 각각의 양수까지. 엄마가 견뎌야 할 배의 무게는 단태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해진다.


나이도 많고 키도 작고 몸도 작은 내가 그걸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목표이긴 하나 35주를 버티고 2kg을 돌파한다고 해도, 미숙아에 저체중이다. 35주 다 버티지 못하고 나오는 아기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세쌍둥이들은 대부분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떨어져 니큐(신생아 중환자실)로 들어간다. 여러 가지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고, 갖가지 응급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여러모로 높다. 그래서 모든 과목의 의사들이 있고 많은 니큐가 마련되어 있는 3차 병원으로 가야 한다.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유명한 대학병원이 의료진이나 시설면, 경험면에서 지방보다는 우월하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 있는 모든 고위험 산모들이 몰리다 보니 예약시간과 상관없이 대기시간이 길고, 니큐자리 항상 부족하다. 거기다 집에서 멀다면, 무거운 배로 그곳까지 오가는 것 보통 일 아니다. 장단점이 있기에 고민 끝에, 나는 일단 우리 지역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기로 했다.


15주 0일. 대학병원 첫 외래.

교수님을 만나기 전, 초음파를 먼저 보았다. 보통은 16주에 성별이 정확히 나오지만 빠르면 14주에도 성별을 알 수 있다. 세쌍둥이 임신을 알자마자 셋 다 딸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기옷을 구경해도 딸옷만 예쁘고, 커서도 딸이 더 예쁠 것 같고, 그냥 이유 필요 없이 무조건 딸을 키우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그래도 애가 셋인데 아들이 하나도 없으면 그것도 섭섭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일란이 둘은 딸, 이란이 하나는 아들이라고 내 마음대로 정해놓고 지내던 참이다.


“아들 둘에 딸 하나네요.”

"......"


그날은 그 사실이 너무 속상해 눈물이 다 다. 그러나 이내 딸 하나도 없이 아들만 셋 아닌 게 어디야, 딸이 하나라도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한 고명딸이 너무 감사했다. (막상 낳고 키워보니 아들도 너무 예쁘다. 그냥 내 자식은 다 예쁘다)


차가움과 따뜻함, 냉정함과 친절함이 적절히 공존하고 있는 교수님의 첫마디는

"다 낳을 거니까 온 거죠?"

긍정 속에 숨은 은근히 부정적인 질문을 내게 던졌다.

"네."

"일란성쌍둥이 중 하나가 탯줄이 중간에서 나오지 않고 구석에서 나오고 있어요. 이럴 경우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성장 지연이 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다른 일란성쌍둥이도 잘못될 수 있어요."

그렇다. 일란성쌍둥이는 한 명이 잘못되면 다른 한 명도 같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날 보는 교수님의 눈빛에서 난 느낄 수 있었다.

‘30주나 버티겠어...?’

집안일도 하지 말고, 무조건 누워만 지내라고 했다.

‘오, 그건 내가 진짜 잘하는 건데.'

"네!"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일란이들에게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에 집에 오자마자 일란성쌍둥이를 잘 보기로 유명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교수님에게 약을 걸기 위해 전화를 했다. 사유를 물어본다. 세쌍둥이에 일란성이 있다고 하니 예약을 잡아 주겠다고 했다. 교수님 앞으로 예약이 많이 밀려 있어 2달 후로 초진이 잡혔다.


걱정한다고 해서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은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것들만 하기로 생각했다. 혹시 일란이들에게 이상이 생긴다면, 그땐  조금이라도 더 뛰어난 의료진 시설, 더 많은 경험이 있는 곳이 나와 아이들에게 움이 되리라. 예약을 했으니 그 생각은 그만 접어두기로 했다.

존재감 뿜뿜 아들(내가 바로 아들이다)



막간 상식

쌍둥이 종류를 알아보아요


일란성쌍둥이와 이란성쌍둥이

일란성은 쉽게 말해 1개의 수정란이 2개로 분리, 착상된 경우입니다. 그래서 성별은 무조건 같고요. 원래는 하나였을 생명이 둘로 나뉜 경우죠. 그래서 외모도 굉장히 흡사합니다. 

이란성쌍둥이는 2개의 수정란이 착상된 경우입니다. 원래부터 각각의 생명이기에 성별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외모도 여느 형제들처럼  비슷할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많이들 아시는데, 일란성쌍둥이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태어나서는 구분할 필요가 없지만, 임신 시기에는 위험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융모 이양막: 수정 후 72시간 안에 분리. 각의 아기집, 양막, 태반을 가집니다. 합병증 발병률이 가장 낮니다. 

단일융모막 이양막: 4일~8일 안에 분리. 가장 많은 일란성쌍둥이가 여기에 속합니다. 하나의 집에서 하나의 태반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양막은 따로 니다. 마치 한 집에 있지만 각자 방을 가진 느낌이지요. 태반을 함께 공유하기 때문에 쌍태아 수혈증후군*의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일융모막 단일양막: 8일~13일 안에 분리. 집, 태반, 양막을 모두 함께 공유합니다. 완전히 한 공간에 있는 상태입니다. 쌍태아 수혈증후군에 더불어 서로의 탯줄이 뒤엉킬 수 있 위험도 더 증가합니다.

합쌍태아: 13일 이상. 흔하진 않지만, 가끔 뉴스에서 볼 수 있죠. 썀쌍둥이라고도 합니다.


*쌍태아 수혈증후군: 한 태아에게만 혈류가 몰려, 다른 아이에게는 가지 않는 경우. 한쪽은 혈류 과다, 한쪽은 혈류부족으로 갖가지 문제가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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