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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진 Dec 19. 2023

입덧과 엄마의 충무나물

어느 날 갑자기 속이 좋지 않았다. 모든 냄새가 역하게 느껴졌다. 시도 때도 없이 욱욱 대기 시작했다.

8주 0일. 아이 셋이 모두 건강하게 자리 잡은 것을 확인한 후 그렇게 입덧은 시작되었다.


입덧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전혀 하지 않는 사람부터, 너무 심해 수액을 맞 입원을 해야 하는 사람까지. 나  정도로 심한 편은 아니었만, 그래도 그 시간들이 참 많이 힘들었다.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고, 먹더라도 정말 천천히 토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먹어야 했다. 그마저도 조금밖에 먹질 못했다. 속이 좋지 않으니 요리 할 수가 없어 나는 그렇게 배달의 민족이 되고 말았다.


이럴 때 친정엄마가 가까이 있으면 엄마가 이것저것 많이 해줄 텐데. 밥도 못 먹는데 밥 차려줄 엄마도 가까이 없으니 서러웠다. 하지만 엄마에게 따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엄마도 나에게 와보지 못해 애가 타는 중이었다. 거기다 약한 딸이 아기 셋을 한 번에 가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 속상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거의 아무것도 못 먹는 날이 계속되었고, 별로 먹고 싶은 것도 없던 와중에 꼭 먹고 싶은 게 생겼다. 바로 엄마가 만든 충무 나물이었다.

꽤 큰 도움을 받았던 입덧밴드(사탕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빠의 고향은 한산도(통영시 소재 섬)이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충무(지금의 통영)에 자주 갔고, 충무나물을 먹고 자랐다.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부터 나는 충무 시장 바닥에 앉아 충무김밥을 자주 사 먹었더랬다. 통영식 나물이라 부르는 충무나물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

집집마다 들어가는 재료는 조금씩 다르지만 콩나물, 숙주, 시금치, 미역, 무, 고사리, 도라지 등의 재료로 각각 나물을 만들어 한 에 담는다. 거기 각종 해산물을 가득 넣은 두부국을 국물과 함께 는다. 밥과 비벼 비빔밥으로 먹기도 하고, 나물만 한  먹기도 한다. 매운 것을 좋아하면 고추장을 넣어도 된다.


어릴 때부터 당연히 먹어오던 음식이라, 나는 충무나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 비주얼을 보고 놀란다고 다.


시집가기 위해 시댁에 처음 인사를 간 우리 엄마는, 무슨 남이 먹다 남은 나물을 모아 나에게 주는가 싶어 기분이 매우 나빴다고 했다. 비단 우리 엄마뿐 아니라 가에 시집온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그 기분을 느꼈다고 했.


충무나물 일반 나물에 비해 손이 굉장히 많이 간다. 들어가는 나물의 가짓수도 많고, 두부국까지 끓여야 한다. 장 보는 것부터가 큰 일이다. 그래서 주로 명절이나 제사, 귀한 손님이 올 때 만드는 나물이다.

그런 충무나물이 너무 먹고 싶었다. 다른 음식은 입에 들어가지도 않고, 들어가더라도 꾸역꾸역 토를 참아가며 몇 입 겨우 먹는 게 다였는데, 충무 나물 한 그릇은 정말이지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바쁘고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는 엄마에게 미안했지만 나도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엄마에게 나물이 먹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한달음에 시장으로 달려가 이것저것 재료를 사서 손 많이 가는 충무나물을 만들어 바로 다음 날 택배로 보다.


엄마가 만들어 보낸 충무나물을 먹고 드라마틱하게 내 입덧이 싹 사라졌다 등의 해피 엔딩은 없다. 하지만 나는 눈물 나는 그 충무나물을 며칠 동안 참 열심히도 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나는 충무나물을 주로 밥과 함께 고추장에 비벼 먹는다




막간 상식


둥이 임신과 입덧의 상관관계

입덧은 대부분의 임산부들이 겪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을 추측하고 있지만 확실히 증명된 것은 없지요.

 

입덧의 가장 큰 원인 지목되고 있는 hCG호르몬(인간 융모성 성선자극 호르몬)은 단태아보다는 쌍둥이, 쌍둥이보다는 세쌍둥이가 더  높은 농도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쌍둥이나 세쌍둥이를 임신할 경우, 입덧을 더 심하게 '할 수도'있다고 니다.


세쌍둥이 임산부 중 입덧을 전혀 거나 가볍게 지나간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물론 입덧이 너무 심해 입퇴원을 반복한 사람 가끔  있긴 했지만 단태아 임산부도 입덧이 심해 입원까지 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역시 세쌍둥이를 임신했지만 단태아 임신에 비해 심했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확률의 문제일 수는 있으나, 다둥이를 임신했다고 무조건 입덧이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재미로 알아보는 이럴 때 입덧이 더 심하더라

다둥이 임신이다

아들이다

딸이다

아빠를 닮았다

엄마와 혈액형이 다르다

유전이다

아시아인이다

엄마가 어리다

출산 경험이 많다

엄마가 비만이다

엄마가 예민하다

엄마에게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다

남편이 대신 입덧을 한다(쿠바드 증후군)


카더라 식의 소문 같지만 각자 나름의 근거와 연구 결과들이 있는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상충하는 부분도 있고(특히 태아의 성별), 실제 임산부들과 비교했을 때 딱 맞아떨어지는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입덧은 개인마다 차이가 큰,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하고 신비로운 영역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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