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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진 Dec 15. 2023

고위험 임신

6주 0일.

아기들 심장소리를 듣기 위해 병원으로 갔다. 아기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마다의 우렁 심장소리를 내게 들려주었다. 심장소리를 처음 듣는 날, 누군가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던데, 나는 그저 담담했다.


선유는 어떻게 하기로 결정했냐는 의사의 질문에 셋 다 낳겠다고 대답했다. 당연히 수술하겠다고 할 줄 아셨나 보다. 위험하니 다시 생각하라고 했다. 


"저희 1층으로 이사 가려고 집 계약까지 했는데요?"


당황과 어이없음 그 사이 어딘가 즈음의 웃음도 잠시, 의사는 정색을 하며 날 설득하기 시작했다.


쌍둥이 임신도 고위험인데 세쌍둥이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위험하다.

산모 나이가 너무 많다. 산모가 30대 초반만 돼도 이러진 않지만 너무 노산이다. (내 나이가 좀 많았다.)

산모 키도 작은데 몸집도 작아서 세명 다 품을 수도 없다. (나는 키도 작고 몸집도 왜소하다.)

아기가 중간에 한, 둘이라도  잘못되면 어떡할 거냐.

셋 다 잘못되는 수도 있다.

그러면 산모도 같이 위험해질 수 있다.

환자 중에 결국 셋 다 잃고 다시 시험관 하러 오신 분도 있다.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느냐.


예상치 못한 융단 폭격을 맞은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중에는 정말 오열을 하며 진료실을 나왔다. 어떻게 날 찾아와 준 아이들을 내 손으로 떠나보내란 말인가.


하지만,

의사 말 대로 진짜 중간에 한, 두 명이라도 잘못되면 어떡하나. 혹시 다  잘못되면 어떡하나.

너무 강하게 얘기하니 당연히 선유를 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걱정되는 것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셋 다 낳기로 한 결정은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8주 안에 도태되어 아기가 자연적으로 사라질 수도 있기에 여전히 마음은 복잡했고,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7주 0일.

여전히 아이들을 다 낳겠다는 나에게 의사는 더욱 목소리를 높다. 마음을 강하게 먹고 갔지만, 쏟아지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정신을 차리고 나니 대꾸 한마디 못한 채 진료실을 나온 게 억울했다. 다음 주에는 할 말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슨 말을 할지 일이  정해 두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자연적으로 사라져 버릴까 봐 무서웠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의 이 다짐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았다.



8주 0일.

다행히 아이들은 셋 다 열심히 심장소리를 내며 자신들의 존재를 뽐고 있었다. 크기도 비슷하게 자라고 있었다. 

저번주까지 그렇게 반대를 하던 의사 갑자기 나를 말리지 않았다. 이번주가 지나면 수술은 힘들다고, 낳겠다고 결심했으니 응원하겠 직접 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도 잡아 주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의사랑 싸우러(?) 간 길이었다. 갑자기 너무 부드러워진 의사의 반응에 오히려 내 마음이 무너졌다. 긴장이 풀린 것 같기도 하다.

터져버린 눈물은 걷잡을 수가 없었고, 그렇게 진료실을 나와 병원화장실에서 한참을 울다 집으로 돌아왔다.


부족한 엄마에게 셋이 동시에 와 이렇게도 잘 붙어 있는 것이 고맙고 기특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낳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귀여운 젤리곰들



막간 상식


산모 나이가 많으면 임신과정과 출산이 어려운가요?

젊은 사람보다 유리하진 않겠습니다만, 그것도 사람마다 여러 조건들이 다르고, 의술도 많이 발달을 해 요즘은 노산이라고 딱히 더 어렵게 보지는 않습니다. 요즘 노산은 우리 어머니 세대의 노산과는 많이 다르죠. 노산의 기준이 바뀌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하지만 낳고 나서 눈으로 보이는 체력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부정하지 못하겠습니다)


키가 크 체격이 좋으면 다둥이 품기 더 유리한가요?

유리한 것은 맞습니다. 키가 크고 몸통이 넓을수록 몸 안에서 자궁을 품어 줄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궁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한 번에 한 명의 태아가 존재하기에 적당합니다. 거기에 명 이상의 태아가 자라난다면 자궁 어마어마하게 커져야 합니다. 배 무게도 실로 엄청나집니다. 몸 안에서 품어주는 공간이 넓을수록 무거운 배를 지탱하기 실히 리하겠죠.

하지만 임신과 출산은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입니다. 자궁의 상태, 자궁경부의 길이와 힘, 호르몬의 균형, 성격(스트레스), 산모의 상황 등 복합적인 요소에 두루 영향을 받습니다. 저처럼 키가 작고 몸이 왜소하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쌍둥이를 임신하고 병원에서 수술 권유를 받았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사람마다 경제상황이나 육아의 여건, 가치관이나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선택은 전적으로 엄마와 아빠의 몫입니다.

의술이 많이 발달했고, 요즘엔 세쌍둥이를 넘어 네쌍둥이, 다섯쌍둥이도 태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사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여기서 다 하기는 어려우므로, 혹시 그런 상황에 놓인 분이라면 삼둥 선배맘들과의 대화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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