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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진 Jan 02. 2024

힘들어지는 시기

22주 2일.

경부길이 4.6cm

첫째 480g

둘째 484g

셋째 466g

아이 셋은 큰 차이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고 경부길이도 여유가 있었다.


그날 저녁,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 중, 갑자기  돌처럼 딱하게 더니  크게 솟아올랐다. 몇 초간 그 상태를 유지하던 배는 다시 힘을 풀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불쾌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내 배는 이상한 모양으로 딱하게 찌그러졌다 풀어졌다를 몇 분 간격으로 반복했다. 리고는 온몸이 아파왔다. 며칠을 앓아누운 후, 배는 눈에 띄게 훅 커져 있었다. 아프고 힘든 것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잘못될까 무서다.


걷는 것도 힘들. 잠시만 걸어도 숨이 , 당장 밑으로 모든 것이 다 쏟아질 것 같은 느낌다. 심지어 오래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아이 셋 무게에 더해 각각의 양수까지, 내 배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작은 키와 왜소한 몸에 타고난 체력자체가 약한 나다. 거기다 임신초반부터 집에서 누워 생활하다 보니 원래도 없던 근육 더 없어지고 말았다. 내 몸에 비해 무거운 배를 견디며 서 있기가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외출은 거의 하지 않았다. 원체 집순이인 데다 평일 낮에 만날 친구도 없다.(있다한들 나갔을 것 같진 않다)

주말엔 남편과 집 근처 스타벅스에 가는 정도의 사치만 누렸다. 일주일에 한 번, 따뜻한 커피와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는 것은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이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계단을 더 이상 오를 수 없게 되어, 23주 이후론 그곳에도 가지 못했다. 1층에도 자리가 있긴 했지만, 화장실은 2층에 있다. 임신하고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는 일은 불가피다.

따로 외출을 안 해도 상관은 없지만, 2주에 한번 외래는 꼭 가야 다. 병원에 도착하고서야 병원에 마련되어 있는 휠체어를 타면 될 일이다. 하지만 집 현관에서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 것부터가 문제. 그 정도 거리조차 걷기가 힘들었다.


24주 0일, 만삭사진을 찍고 남편과 함께 건강보험공단에 들러 휠체어를 대여했다. 아이를 낳고 병원을 퇴원할 때까지 휠체어는 그렇게 나의 발이 되어 주었고, 나는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대신 남편은 허리를 잃었다)

나의 발이 되어준 휠체어


세쌍둥이를 임신하고 이것저것 일들이 많았지만, 몸이 이 정도로 힘들어 진적은 처음이었다. 새삼 내가 정말 세쌍둥이를 임신했구나 싶었다.

아직 25주도 안된 시점이다. 진짜 힘든 시기는 오지도 않았다. 35주가 목표이기에 10주 이상은 더 버텨야 한다. 이제부터 정말 시작이다.


힘들걸 알고 시작한 일이다. 쉬울 꺼라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못 걸으면 휠체어를 타면 되고, 서 있기 힘들면 집에서 누워 지내면 되고, 아픈 건 참으면 될 일이다. 아이들만 건강하면 된다. 나머지는 내가 다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다.


무서워지는 마음을 뒤로하고 자신감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 잡았다.





막간 상식


•경부 길이가 뭔가요?

자궁경부의 길이를 말합니다. 자궁경부란, 여성의 질과 자궁을 이어주는 복도 정 볼 수 있습니다. 임신에서 자궁경부의 길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자궁 경부의 힘이 약하거나 길이가 너무 짧은 경우 조산(아기가 너무 빨리 태어남) 또는 유산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태아의 무게가 늘어날수록 중력에 의해 태아는 점점 밑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그 상태에서 태아가 자궁  밖으로 나오지 않게 지켜주는 것 중의 하나가 좁은 자궁경부입니다. 경부의 힘이 약하거나(자궁경부무력증) 짧은 경우 묶어주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세쌍둥이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 무게가 엄청나지므로 자궁 경부길이 더욱 중요합니다.


•세쌍둥이를 임신하면 무조건 집에서 누워서 지내야만 하나요?

그렇 않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하시면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노산에 작은 키와 몸, 저질 체력의 콜라보로 누워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일을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또, 사람에 따라 임산부 운동꾸준히 하고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체력, 키와는 별개로 자궁경부길이가 짧거나 무력증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사람마다 몸의 상태, 태아들의 상태가 다 다릅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다니는 병원의 주치의와 상의하신 후, 본인의 여러 가지 상황에 맞게 활동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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