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수술
웃음은 전염이 된다. 상대방이 밝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나도 덩달아서 웃게 된다. 반면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대하면 나도 심각해진다. 상대방의 눈과 표정을 보고 있으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짐작한다. 귀를 듣지 못하더라도 표정을 보면 좋은 이야기인지 심각한 이야기인지 판단이 선다.
아침에 줌으로 독서모임을 하면서 나는 고구마 줄기를 데치고 볶고 가지나물하고, 메추리알 장조림도 하였다. 병원에서 소화가 잘 되는 반찬으로 했다. 어제 미리 해놓은 잡채랑, 양파장아찌, 열무김치랑 반찬 통에 쌌다. 압력솥에 검은색 옷을 입은 옥수수를 쪘다. 날씨는 더웠지만 그래도 직접 해서 아버님, 어머님께 드리려고 만들었다. 분주하게 반찬을 만들고 씻고 딸과 병원을 차를 타고 구리 한양대병원을 향했다.
남양주 살 때 자주 지나온 고속도로가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어린아이들은 태우고 시댁 안면도를 4시간 걸려 자주 다니곤 했었다. 지금은 행사가 있을 때만 내려가게 되었다. 시부모님께서는 작년부터 시부모님께서는 농사를 짓지 않으셔서 덜 내려가게 되었다.
한양대구리병원에 도착하였다. 병원에 도착해서 대기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저 멀리서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천천히 걸어오신다. 아버님은 까치머리에 환자복과 링거를 팔에 꽂고 어머니는 스탠드를 밀고 머리에 망사로 된 검은색 모자를 쓰고 뚜벅뚜벅 걸어 나오신다. 어버님은 전에 표정이 로봇 표정처럼 굳어있고 눈동자도 좀 흔들려 보였다. 전에는 말씀도 곧잘 하시곤 했는데 그냥 앉으셔서 하품만 하신다.
"아버님! 병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죠?"
반찬 몇 가지 해왔는데 아버님 입에 맞을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아버님 병간호하시느냐 힘드시겠어요."
"아니다."라고 대답을 하신다.
"힘들게 왜 음식을 해왔냐고?'" 하신다.
"어머니! 생신 때 못해 드려서 드시라고 병원에서 잘 챙겨드시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침대 위치를 바꾼 이야기부터 계속 이야기보따리를 꺼내 놓으셨다. 아버님은 몇 마디 안 하시고 듣고만 계셨다.
아버님이 드시고 있는 신경안정제를 끊어서 잠을 통 못 주무신다고 한다. 수술할 때 혹시나 마취에서 못 깨어나실까 봐 주치의가 약을 드시지 말라고 하셨다고 한다. 말씀을 드리면 잘 못 알아듣고 기억을 잘 못한다고 하신다. 몇 개월 사이 작은 병원에 두 번 입원을 하시고 운동을 잘 안 하셨었다. 뇌의 기억, 인지 부분이 떨어지시는 듯하다고 남편은 이야기한다.
아버님의 마른 모습과 잘 드시지 못한다는 어머님의 말씀에 마음이 좋지 않다. 다음 주 화요일에 수술을 6시간 대수술을 하셔야 하는데 잘 견뎌내실지 걱정이 된다. 잘 드시고 잘 쉬셔야 하는데. 어머님 식사를 사 들리려고 했는데 그냥 병원 문을 나서는데 발걸음이 무거웠다. 수술을 하고 그 뒤가 더 힘드시고 아프실게 분명하다.
웃음이 사라지신 아버님 얼굴이 차를 타고 오는데 떠오른다. 막내며느리인 나를 예뻐해 주셨다. 밥상이 다 차려지면 "건희 어멈 반찬이 입에 맞는 게 없다야."그러신다. 고구마 농사를 지실 때는 상품 가치 없는걸 박스에 담으면 좋은 거 닮으라고 하신다. 좋은 상품 가치 있는 건 파셔야 하니까 난 상처 나고 못난 거 먹어도 괜찮다고 말씀드린다.
건강해야지 웃음이 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웃으면 건강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부모님 동갑이면서 티격태격하셔도 어머니께서 같은 날 같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그게 생각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많이 의지하고 계시다는 증거라 생각 든다.
사라진 웃음을 찾는 방법은 웃긴 프로그램을 보는 방법도 있지만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한다. 내가 걱정한 일은 생각보다 일어나지 않는다. 나 스스로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버님의 수술이 잘 되어서 건강을 찾고 동네에 보시는 반장 일도 다시 시작하셨으면 좋겠다. 화요일 수술 잘 되시고 건강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며느리로써 해드릴 수 없는 게 송구할 따름입니다.
건강이 떠나가기 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