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Poisson d'Avril

2026년 4월 1일

by HWP

2026년 4월 1일, 만우절.


비슷한 또래의 여자 넷이 모여 점심을 먹었다. 그녀들은 서로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직 서로의 결을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모이게 됐을 뿐...


점심 장소는 한 명이 제안했다. 가본 곳이라고 했다. 복잡한 종로 골목 안쪽, 시끄러운 낙지볶음 집에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에 만났으니 정신없음과 소란스러움은 당연하지만 우리는 이야기가 묘하게 겉돈 이유는 소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들은 그 식사 중에 서로를 더 알아가기보다는 각자의 속도대로 말하고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갔다.


식사를 마친 후, 또 다른 한 명의 제안으로 청계천을 걸었다. 4월인데도 쌀쌀한 날씨, 꽃 한 송이 보이지 않는 삭막한 돌담 풍경. 맑은 물이 흐르고는 있었지만, 그 위를 걷는 우리의 대화는 어딘가 멈춰 있는 듯했다. 봄을 기대하며 나왔지만, 아직은 겨울의 끝자락에 서 있는 느낌이랄까?


10여분을 걷고 나서 식당을 제안했던 이가 을지로의 커피집을 추천하여 10여분을 또 걸었다. 을지로는 이전의 올드 시티와 같은 멋이 사라지고 온통 높은 마천루를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돌담을 빠져나오니 시멘트와 콘크리트... 도통 따뜻함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는 와중에 도착한 곳은 앉을자리 하나 없는 조그만 커피 코너였다.


누군가는 괜찮다고 했고, 누군가는 맘에 들지 않았다. 앉을 수 있는 의자라도 충분했다면 좀 나았을까? 그 짧은 순간, 우리는 각자의 ‘편안함의 기준’이 얼마나 다른지 조용히 드러냈다. 커피가 맛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앞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도 대여섯 명이었다. 결국 두 명은 근처에 새로 생긴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가기로 했다. 나머지 두 명과는 자연스럽게, 그러나 어쩐지 선이 그어진 듯한 느낌으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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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크레인.
이름처럼 가볍고도 정돈된 공간. 따뜻한 조명 아래 가지런히 놓인 맛있어 보이는 여러 종류의 빵들이 우리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2층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커피와 작은 케이크 하나를 벗 삼아 두 시간 가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갔고, 웃음도 자연스러워졌다.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정말 비슷한 사람들일까? 같은 나이대, 비슷한 관심사, 비슷한 시기의 삶을 살고 있지만 자라온 환경도, 편안함을 느끼는 방식도, 관계를 바라보는 온도도 모두 달랐다. 누군가는 계획을 주도하는 데 익숙했고, 누군가는 흐름에 맡겼으며, 또 누군가는 그 사이에서 조용히 자신의 기준을 지키고 있었다.


오래, 잘 지내고 싶었다. 이왕 만난 인연이라면, 가볍게 스쳐 지나가기보다 깊어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 ‘깊어짐’이라는 것이 단순히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오늘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비슷함이 관계를 시작하게 만든다면, 다름은 그 관계를 시험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진짜 가까워질 수 있는지는 그 다름을 얼마나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만우절의 점심은 아무런 농담 대신 아주 작은 진실 하나를 남겼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잘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지금 가장 솔직한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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