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일
https://www.mk.co.kr/news/world/11998219
최근 닥터자르트 관련 기사를 보다가 문득 로레알 재직 시절 닥터자르트 인수를 검토하며 L대표를 만나러 갔던 일이 생각났다.
“회사를 팔 생각은 없습니다. 내 손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성공신화를 만들 겁니다."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일종의 선언처럼 단호한 어투로 그는 말했다.
당시 닥터자르트는 상승세였다. 지금처럼 K-뷰티가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기 전이었지만 거의 모든 외국 화장품 회사들이 한국 브랜드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도 닥터자르트는 한국형 더마 코스메틱이라는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가고 있었기에 여러 회사에서 관심을 갖고 있던 인수 대상이었다.
그건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다들 알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가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얼마 후 결국 완전 인수로 이어졌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가 만나러 갔을 때 이미 정해져 있던 수순이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무엇보다 인수 가격이 상상 이상이었기에 업계에서는 말이 많았다. R&D 기반이 전무하고 OEM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면서 마케팅으로 이미지를 만든 회사는 어쩌면 사상누각일 수도 있는데 1조 2천억이라니... 누가 어떻게 밸류에이션을 한 건지 M&A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숫자였다.
브랜드는 생물처럼 발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축적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제품 개발, 생산 노하우, 기술 특허 등은 쌓이고 지속되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소모될 뿐이다. 언젠가 트렌드에서 벗어나고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아 변화를 해야만 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자산이면서 동시에 리스크다.
그 후로 7년, 보도에 따르면 인수 당시 가치의 1/5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매각 가치가 책정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다거나 트렌드가 달라진 문제가 아니다. 사실 K-beauty는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이 절정을 달리고 있고 많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전 세계에서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