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원래 낮부터 술 푼 짐승이었어 7
해가 막 질 때 이유 없이 가슴이 막 아플 때 있어
왜? 무엇 때문에? 무엇이 그리워서?
그러나 꼴깍 해가 넘어가면 잊어버리지, 왜냐하면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지어야 하니까
좋구나,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먹여야 할 어린 것들이 있어 슬플 틈이 없다는 것은
‘오늘 이유 없이 가슴이 아팠다, 해 질 녘에 잠깐’
이라고 오늘 밤 일기장에 써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을 재우다 잠들어버려 슬픔을 잊는다는 것은
참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