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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스 May 16. 2024

22. 전세가가 분양가를 앞지르다.

김선임은 어떻게 대표님이 되었을까?



그렇게 행복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그런 날들이 지나고 있었다.

아직 신혼이었고, 새로운 아파트에 이사해 살면서 즐거운 나날이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뭔가 편하지 않은 마음이었다.

일단 대출이자가 무지막지해서 항상 마음이 불안했고, 만약 와이프가 아기를 가져서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나만의 월급으로는 대출이자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왜 사람들이 대출을 30년씩 받는지.

30년이라고는 하지만 꼭 30년 동안 갚을 필요는 없다.

5년이고 10년이고 사는 동안 갚고 있다가 팔고 이사 갈 때 한 번에 다 갚으면 그만이다.

집을 매매했던 경험이 없다 보니, 그냥 막연히 30년 대출을 받으면 30년 동안 갚아야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참 미련했지.

우리는 둘이 벌 수 있을 때 얼른 갚는다고 10년짜리로 대출을 받았다.

10년짜리 대출은 원리금도 컸거니와 연말정산 시에도 공제를 받을 수 없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헛똑똑이였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생활했지만, 매일매일이 걱정이었다.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방관하기에 난 이제 가장이고 또 살아보니 그렇게 세상이 쉽게 돌아가지 않더라.

무엇보다 소중한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의 인생이 아닌가.

처음에는 막연히 걱정만 하다가 언젠가부터는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김포가 집값이 반값이라는데 김포로 들어간다면?’

여러 가지 궁리를 하다가 우연히 네이버 부동산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입주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이었는데, 그 사이에 전세값이 분양가를 앞질러 버렸다.

‘왓? 이게 무슨 일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거야?’

난 혼자 중얼거리면서 머리가 하얘지면서 갑자기 가슴이 쿵쾅쿵쾅 흥분이 되었다.

‘이렇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다시 판을 짜 보자’

이런 얘기를 와이프에게 했더니 와이프도 놀랬다.

“와 이런 세계가 있구나.”

“그래 바보같이 회사만 열심히 다니는 게 다는 아냐”

“그래 노동에 의한 수입이 당연히 중요하고 무시되서는 안되지만 병행을 한다면 조금은 여유롭게 살 수 있지 않겠어?”

“맞아. 일단 그럼 전세를 주고 빚을 다 갚고 김포로 들어가 보자. 어디든 우리 둘만 있으면 되지 뭐 어때.”

“어. 나도 어차피 타지에서 오래 살아서 새로운 곳에서 사는 거 크게 두렵지 않아.”

그날부터 김포에 아파트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알아보다 보니 김포는 얼마 되지 않은 신도시라서 거의 새 아파트들이었다.

그래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새 아파트라 그런지 김포까지 들어가는데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었다. 

아이계획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서울에서 가까우면서 새 아파트의 조건으로 아파트를 검색했다.

나의 조건에 걸린 아파트는 풍무푸르지오 아파트.

약 2500세대의 대단지에 푸르지오라는 브랜드, 그리고 서울 쪽에 가장 가까운 새 아파트.

뭐 크게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부동산에 전화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풍무푸르지오 분양권을 알아보고 있는데요, 괜찮은 물건 있을까요?”

“아네. 풍무 푸르지오요? 많죠. 몇 평을 보시나?”

“저희는 신혼부부라서 25평이면 될 거 같아요. 돈도 많지 않고요.”

“그럼 좋은 거 많지. 그런데 최근에 찾는 분들이 갑자기 늘어서 싼 거는 다 빠졌어요.”

“그럼 얼마짜리 있어요.”

“입구에 가까운 건 P2000 만 원이고, 뒷동은 1000만 원 이하도 있어요.”

“네 그럼 와이프랑 상의해 보고 다시 전화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와이프랑 상의를 했다.

내 생각에는 아파트가 다 거기서 거기지 조금이라도 싸게 사는 게 장땡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와이프 생각은 달랐다.

그래도 입구 쪽이랑 가깝고 뷰가 좀 나와 줘야 좋지 않겠냐라는 의견이었다.

부동산 초보들이 뭘 알겠냐만은 확실히 부동산은 여자들이 촉이 좋은 것 같다.

나중에 보니 층과 향 그리고 타입에 따라 가격은 확실히 차이가 났다.

우리는 부동산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였고, 당장 몇백만 원이면 엄청난 돈이었다.

그래도 와이프의 의견을 백분 반영해서 P2000 만 원짜리를 선택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부동산에서야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있는 듯했다.

“네 사장님, 어떻게 결정은 하셨어요?”

“와이프가 가격이 좀 있지만 앞에 동으로 하자네요.”

“네. 전화해 보고 전화드릴게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기다리고 있는데 조금 있다가 전화가 왔다.

“어떡하죠?”

“왜요?”

“매도자가 여기저기 전화가 오니까 500만 원을 올렸어요. 2500만 원 달래요.”

“네? 갑자기 500만 원씩이 나요? 당황스럽네요. 저희도 고민하고 결정한 건데. 일단 상의를 다시 해보고 전화를 드릴게요.”

“네, 지금 여기저기 전화 와서 그런가 봐요. 만약에 잡으실 거면 빨리 전화 주셔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와이프랑 상의를 했는데, 와이프는 500만 원을 더 주고라도 그래도 앞동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난 쓸데 없는 오기가 생겨 갑자기 500만 원이나 올린 게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나고 보면 그 500만 원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다.

너무 괘씸해서 내가 우겨서 뒷동 P900 만 원짜리로 선택했다.

물론 논뷰이기는 하지만 앞에 뻥 뚫려있고 탑층이라 뷰가 아주 시원하게 나올 거라 생각했다.

어른들이 탑층과 1층은 피하라고는 하셨지만, 탑층이라서 싼 것도 있었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요즘은 층간소음 때문에 일부러 탑층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고, 건설사에서도 탑층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탑층 이래서 더 하자가 있거나 춥지는 않다는 글들이 많았다.

그래서 탑층이지만 뒷동을 선택했다.

그렇게 난 가계약금을 이체했고, 처음으로 분양권을 사게 된다.

“어? 뭐야 부동산 사는 게 이렇게 쉽나? 뭐 순식간이네”

“부동산에서 부축여서 더 그래. 사실 좀 신중하게 사야 하는데”

“맞지. 그런데 분양권이다 보니까 실체를 볼 수도 없고, 뭐 이런 식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거 같긴 해.”

그렇게 며칠 뒤에 난 휴가를 내고 본계약을 하러 갔다.

본계약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고 분양권의 명의 변경을 하는 작업이었다.

건설사에서 매일 해주는 게 아니라서 일주일이 이틀만 명의변경이 가능했다.

아침 9시에 KB은행에서 만났다.

우선 대출자를 변경해야 했다.

부동산에서 오라는 데로 가서 도장 찍으라는데에 도장을 찍고 정신없이 다녔지만, 정리해 보면 분양권 매수과정은 이렇다.

1. 분양권 중도금대출 명의자 변경

2. 분양사무소에서 분양권자 명의변경

3. 분양권자 명의변경 서류 은행 전달

4. 부동산에서 나머지 잔금


약 3주 뒤에 위와 같은 작업을 난 또 하게 된다.

왜냐고?

바보같이 나의 단독명의로 분양권 명의변경을 했고, 이후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공동명의가 세금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아! 단독명의에서 공동명의로 변경하는 과정은 위의 과정에서 한 가지가 추가된다.

분양권의 절반의 지분을 배우자에게 증여한다는 증여신고를 시청에 해야 한다.

그 권리를 기반으로 나머지 명의변경을 진행한다.

분양권 및 중도금대출을 단독명의에서 공동명의로 변경.

대출의 경우에는 공동으로 변경이 안되고 주채무자는 그대로이고, 배우자는 담보제공자 혹은 물상보증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부동산의 도움 없이 혼자 진행을 해보았는데, 뭐 할만했다.

‘별게 없구나. 부동산 돈 쉽게 버네.’

이렇게 우리는 처음으로 부동산을 사게 된다.

단돈 약 3천만 원으로.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분양권의 경우는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이루어져 있다.

계약금 10% 만 넣으면 나머지 중도금은 나의 명의로 대출을 실행하지만 이자는 건설사에서 대납을 해준다.

잔금은 어차피 입주 시에 내면 되는 부분이라서 분양권으로 들고 있을 때에는 신경 쓸 것이 없다.

거기다가 분양권은 아직 실체가 없기 때문에 주택 수에 들어가지 않는다. (현재는 분양권도 주택 수에 산정이 됨.)

중도금 대출의 경우에도 사실은 저당을 잡을 실체가 없어서 대출자체가 불가능한데 이는 HUG 나 도시주택공사에서 보증을 서주고 중도금 대출이 실행이 된다.

이런 것을 후취담보 대출이라고 한다.

현재는 대출을 실행해 줄 담보가 없기 때문에 실행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입주 시에는 실질적 담보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집단대출로 갈아타게 된다.

집단대출의 경우 아무래도 은행입장에서는 한 번에 엄청난 대출을 실행하기 때문에 마진을 조금 줄이고 최대한 대출을 많이 받으려 하기에 금리가 좀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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