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단기 아르바이트
하루 4시간, 단순 노동인 물류 센터(창고)일 체험
이력서를 열 개를 넘게 전송을 해도 연락이 안 오거나 거의 대부분에, 죄송하다는 문자만 받았다. 그러다 알바몬에서 쿠팡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보고 문자를 보냈다. 바로 답장이 왔다.
'알바몬 / 이름 / 나이 / 거주지 / 지원하는 시간'을 간단히 문자로 전송 했더니 바로 답장이 온 거다. 평일에 월, 화, 수, 목, 금에만 일할 수 있다고 했더니 내일부터 바로 일하러 나올 수 있냐고 묻는 답장이 왔다. 바로 할 수 있다고 답을 전송 시켰다. 그랬더니 물류 창고 주소를 알려 주고, 일 시작하기 10분 전에 오라고 했다. 근로 계약서 쓰고 나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하룻밤을 자고 6시 30분에 일어나 아침 먹거리를 챙겨 남편과 아들과 함께 먹었다. 그리고 출근 배웅을 하고, 아들을 등교 시킨 뒤 집에 와 집안 일을 해 놓고 약속한 시간까지 자차를 몰고 갔다. 집에서 자차 몰고 12분이면 되는 거리였다.
전날 밤에 물류 창고 주소를 알려 주시면서 창고 앞에 주차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돼 있었다. 걸어 가기도 그렇고, 요즘 대중 교통비도 비싸고 해 그냥 자차를 몰고 갔다.
쿠팡이라는 간판이 보이는 입구로 차를 몰고 들어가니 주차 공간은 꽤 넉넉하게 마련돼 있었다. 나는 주차를 하고 주임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차한 곳에서 쭉 걸어서 물류 창고 옆 1층 사무실로 오라고 하셨다.
살짝 간이 사무실 같은 곳으로 문을 열고 들어 가니 10평 조금 넘는 듯한 공간이 나타났다. 안쪽 책상으로 가 주시는 서류 작성부터 해야 했다.
근로계약서라고 적힌 한 장 짜리 서류에 내 이름을 적고, 일을 시작한 년도와 월과 날짜를 적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까지 일을 할 것인지 기간도 대충 적는다. 그리고 어느 회사나 그렇듯 회사의 규정을 지킬 것이며 회사의 내부 비밀을 함부로 유출하지 말 것과 같은 내용에 사인하면 된다.
그 한장 짜리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면 잠시 앉아 있다가 일할 시간에 기존에 일하시는 분들과 주임님이 사무실을 나가면 따라 나가면 된다. 따라 나가면 바로 물류 창고로 들어 간다.
택배사 물류 창고에 처음 들어가 봤다. 크고 넓다. 그리고 보조 레카인지 보조 에카(바퀴 달린 직사각형으로 길게 생긴 수레)와 위로 길게 네모난 수레들이 가득하다. 내 키 보다 큰 네모난 수레는 네모낳게 구멍이 전체적으로 뚫려 있고, 택배 물품들이 빠지지만 않게 바닥만 네모낳게 구멍 안 뚫린 판으로 돼 있고 세로로 길게 연결된 세 면은 길고 높고 네모만 구멍들이 뚫려 있다. 물론 아래 쪽에는 사람이 밀어서 그대로 움직일 수 있게 바퀴가 달려 있다. 그리고 중간에는 길게 레일이 설치돼 있다.
그 긴 레일 앞에 기존에 일하시는 분들이 각자 위치에 서 있고, 신입은 그 뒤에서 물건을 받아 각 번호대로, 각 구역별 수레에 담으면 된다. 아주 단순한 노동이다. 물품을 나르고, 물품을 놓아야 하는 자리에 옮겨 놓는 거다. 몸으로 일을 해야 하는 진짜 단순한 노동 작업이다.
점심 식사 시간은 없다. 그러나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은 있다. 물품을 실은 트럭이 와서 물품을 레일 위에 내려 놓으면 일이 시작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레별로, 구역별로 물품을 받아 정리해 놓으면 한 차례 일이 끝난다. 다음 트럭이 와서 또 다시 물품을 레일 위에 올려 놓을 때까지는 잠시 쉬는 시간이다.
기존에 일 하시는 분들은 점심 시간 없이 4시간을 일 해 온 것에 익숙해져인지 간식들을 준비해 두셨다. 신입이라 몰랐던 나에게 스낵을 나눠 주기도 하셨다. 함께 신입으로 온 젊은 여자분은 일을 해 본 건지, 알고 있었는지 백설기 떡을 싸 와서 혼자 앉아서 혼자 먹었다.
그렇게 하루 4시간을 일하면 하루 일당은 33,000원 정도를 받는다. 일당은 그 날 바로 입금해 주지 않는단다. 일을 한 다음주 목요일에 일괄적으로 전 주 분을 입금해 준단다. 한 주 분을 다음주에 입금해 주는 주급 형태인 거다.
일단 시작을 했으니 일주일에서 열흘은 해 볼 생각이다. 아니 계속 해야할 지도 모른다. 남는 타 시간에는 또 십자수 알바 일거리 받은 걸 해야 한다.
쿠팡 물류 창고 시간제 아르바이트는 어려운 건 없다. 순전히 단순 노동이라 일을 배우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거 같다. 물품 분류 작업만 섞이지 않게, 오류없이 잘만 하면 된다.
크기가 다양한 물건을 분류해 옮겨야 해 허리가 아프지 않게 일을 해야 할 뿐이다. 틈틈이 쉬는 시간은 있지만, 점심 먹는 시간은 없어서 일을 하다 보면 살짝 기운이 떨어질 순 있다. 일을 끝내고 나면 매우 배고프다.
허리 아프지 않게, 레일에 머리카락 같은 게 끼지 않게, 보조 수레에 다리나 몸이 부딪히지 않게만 조심하며 일하면 일을 크게 어렵지는 않다. 허리가 아프거나 몸이 조금 고될 수는 있다는 사실만 인지하면 된다.
쿠팡 물류 창고 둘째 날에는 첫 날 보다는 수월했다. 크고 내 키보다 높은 네모난 수레에 각 번호 별로, 각 동별로 물품을 옮길 때 쌀이 들었거나 무거운 세제 통이 들었거나 해 무거울 수 있는 건 보조 에카 수레를 이용해 되도록 허리가 덜 아프게 옮겨야 한다. 택배 박스가 큰 데도 안 무거운 게 있다. 작은 상자인데도 음료 캔 등이 들어 무거운 것도 있다.
첫 날 일하고 들어가 동전 모양으로 된 일본 파슬를 골반 양쪽에 붙이고 잤다. 하루 일했다고 아프진 않은데 아주 살짝 뻐근해서 붙이고 잔 거다. 그리고 다리고 살짝 무겁게 느껴지긴 하다. 단순 노동을 하며 안 움직이던 근육을 부지런히 움직여서 그런가 보다.
둘째 날은 집에서 야채와 닭가슴살이 든 랩 샌드위치와 방울 토마토, 견과류를 챙겨서 싸 가지고 갔다. 사무실에 사물함도 있다. 학교에서나 일반 기업에서 쓰는 그런 사물함은 아니다. 쿠팡 물류 창고 안에서 쓰는 플라스틱 박스인데 이 박스 겉면 위에 재밌는 게 달려 있다. 조금 길데 손잡이처럼 하얀 색 플라스틱을 누르면 한 쪽 겉면이 사물함 문처럼 열렸다 닫힌다.
약간의 빈티지 인테리어 효과로 활용해도 좋겠다 싶은 플라스틱 박스다.
첫 날은, 일 끝내고 나서 내일도 나올거냐고 물으시더니 둘째 날은 다음 주부터도 쭉 일 하실 거냐고 묻는다. 하루, 이틀만 하고 그만 두는 분들도 꽤 있나 보다. 아무래도 물료 창고라는 게 안 보이는 먼지가 많을 거 같다. 그리고 깨끗하고 밝게 지어진 건물이 아니다. 물류 창고 문들이 다 열려 있어 미세먼지가 최악인 날도 환경적 공기 정화 보호는 안돼 있다. 그렇다고 옷에 눈에 띄게, 작업장에 티가 나게 먼지가 풀풀 날리는 게 보이는 정도는 아니다.
단순 노동이다 보니 평소에 나처럼 몸으로 일해 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는 처음에 고되게 느껴지고 몸이 힘들수는 있다.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머리 복잡하게 머리를 써야 하는 일도 아니지만 단순 노동이 때로는 더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하루 이틀만 하고 그만 두시는 분들도 있나 보다.
하루를 일하건 일주일을 일하건 일당을 입금 된다고 한다.
일주일에 5일을 일하면 5일분 주급에 자차 주유비가 조금더 붙여져서 입금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일과가 끝나기 직전에 추가로 일을 더 할 수 있는지 묻기도 한다.
나는 일한 둘째날 그랬다. 퇴근하기 10분 전인가 추가 근무 할 수 있는지, 안 할 건지 물으셨다. 금요일에는 아무래도 주말이 껴 있어서 일거리가 많은가 보다. 첫 날 보다 물품 정리하며 보니 높고 큰 네모 수레 안에 번호별, 동별로 물품이 가득 차 올랐으니 말이다.
추가 근무를 해도 되고 하기 싫음 안 해도 된단다. 나는 안 하겠다고 했다. 이제 일한 지 이틀 째고 나이 사십 중반에 해 보는 단순 노동에 너무 무리하기 싫었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에 칼 퇴근을 했다. 퇴근하기 전에 다음주 근무표를 짜야 해서 더 일을 할 건지, 7일이라는 일주일 동안 일할 수 있는 요일이 언제인지 묻는다.
나는 월, 화, 수, 목, 금이 가능하다고 말하고는 둘째 날 쿠팡 물료 센터의 단순 노동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다음주 목요일에 내 통장으로 입금될, 십만 원도 안되지만 그래도 하루 4시간씩 노동하며 내가 번 일급의 이틀 분이 입금 되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