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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Nov 23. 2023

재택 십자수

이제 시작한 십자수 아르바이트 



십자수 알바는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 문자로 연락을 하고, 일을 하겠다 하면 십자수 자격증을 가지고 구인 공고를 올리신 분의 계좌로 보증금을 입금하면 된다. 

보증금을 입금하고 입금 했다고 문자를 보내면 보증금 환불 규정과 십자수 일 진행 규정에 대한 긴 문자가 전송돼 온다. 그 규정에 대해 '동의합니다.'라는 답장을 보내면 된다. 그러면 바로 십자수 재료를 택배로 보낸다고 알려 주신다.


문자로 보내오는 보증금 환불 규정은 5년 회원 가입으로 되어 있다. 가입이후 십자수 패키지 특성상 반품 및 일방적인 탈퇴를 요구할 경우 해약 환급금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못할 경우 최소 첫 1작품 이상 정상 제출 1회 이상 해야 보증금이라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에 동의한다고만 답을 해 주면 된다고 안내를 한다.



그렇게 39만원 입금하고 동의 한다고 답을 보내고 나면 하루 이틀 안에 십자수 재료가 택배로 배달돼 온다. 그 재료를 받아 확인을 한 뒤 작품을 완성해서 보내면 된단다. 그러면 95만원에서 120만원 정도의 수고료를 입금해 준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첫 십자수 일거리 재료가 들은 택배를 받고 사실  난감 했다. 도표에 표시된 빽빽한 표시들이 무슨 표시인지 도무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잘 받았고, 내가 생각한 자수와 다르고 도표 보는 법을 전혀 모른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보증금을 돌려 받으려면 꼭 한 작품은 완성해 보내야 한다셔서 일단 방법을 찾아 보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재료는 일단 그대로 포장해서 고이 넣어 놨다. 

인터넷으로 십자수 놓는 법을 검색해 봤다. 유투브도 찾아 봐야 할 듯 하다. 일거리를 주신 분께서 문자로 십자수 놓는 법에 대한 유투브 영상도 보내 주셨다. 하나는 본인이 직접 찍으신 듯해 보였다. 한국어라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보내 주신 다른 하나의 영상은 외국어로 되어 있었다. 내가 이걸 완성해서 보낼 수 있을까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어쨌든 재료를 받았고, 나는 이 십자수 작품을 완성해서 보내야 했다. 


이틀 뒤, 6시 30분에 일어나 아침 먹거리를 챙겨 먹여서 남편 출근 시키고 아들 등교 시킨 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십자수 재료들을 소파 위에 쭉 늘어 놓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는 도표에 나온 대로 하얀 천 위에 식을 촘촘히 하나하나 X표시로 꼬매듯 수를 놓기 시작했다.
학원으로 아들 픽업을 가야 하는 오후 5시까지 앉아서 수를 놓았다. 중간에 화장실을 가거나 컵에 물을 내려 오거나, 점심밥 먹는 시간만 제외하면 온전히 앉아서 열심히 수를 놓아야 했다.


54X67규격의 작품을 일일히 다른 색상을 실로 바꾸어 바늘 귀에 집어 넣고 수를 놓아야 했다. 이틀 동안 그렇게 해서 겨우 수를 놓은 면적이 그리 넓지 않았다. 하루 7시간을 이틀 동안 앉아서 TV를 틀어 놓고 TV 소리를 벗삼아 작업한 결과가 소소했다.





이게 이틀 동안 수를 놓은 양이다. 

이 십자수를 취미로 시작한 게 아니라 알바 개념으로 돈을 받기 위해 하는 거라 빨리빨리 많은 양을 하고 싶은데 하루에 7시간 넘게 앉아서 이틀을 바늘로 한땀한땀 수를 놓은 양이 이 정도다. 이틀을 하면서 든 생각은 한 달안에 절대 못 끝내겠다는 결론이었다.


일단 처음엔 친구에게 도표 보는 법부터 물어 보고, 유투브를 보면서 이렇게 수를 놓고 있다고 그대로 사진을 찍어 문자로 전송을 했다. 

답장이 왔는데 위, 아래로 5cm씩 여분을 띄어 놓고 수를 놔야 하는데 여분이 하나도 없단다. 문자에 난감해 하시는 이모티콘 표시도 딸려 있었다. 





처음에 택배를 받았을 때 십자수 재료 안에 하늘색 네임 펜이 한 개 들어 있었는데, 이게 왜 들어 있지 싶었다. 

문자 답장을 보니, 그 하늘색 네임 펜으로 위에 사진처럼 10칸X10칸씩 도표처럼 네모를 그려 넣은 뒤 그 안에 자수를 한땀한땀 떠 넣으면 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물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나요?" 그렇단다. 

그나마 초반에 사진 찍어 보내 확인을 받았으니 망정이니, 작업이 꽤 진행된 다음에 물어 봤으면 어쩔뻔 했을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아래 위 여분도 전혀 없이 자수를 놓아서 새 하얀천에 다시 해야 한다고 하셨다. 하얀천은 자기네한테 새로 구입하면 16,000원이라고 하시며 말이다. 


어쨌든 돈을 받는 일이니 제대로 해 줘야 하는 게 맞다. 이 54X67규격의 작품을 완성해 보내면 알바비는 95만원을 입금해 주신단다. 

설명서를 다시 읽어 보니 최대 120안에 끝내서 보내 줘야 십자수 작품 하나를 끝낸 95만원을 입금 받을 수 있단다. 120일 안에 작업을 끝내지 못하면 그 95만원도 입금을 해 주지 않는단다.


세상에 진짜 돈 버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으면서도, 39만원 보증금까지 내고 한 달에 한 번 돈을 입금 받지 못할 거라면 돈을 버는 실효성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일단 한 작품은 의무적을 끝내서 보내 줘야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니 저 작품은 어쨌든 끝내서 보내 줘야 한다. 





11월 24일 금요일에 다시 흰 천 바탕을 받아 다시 가에 여분을 두고 하늘 색펜으로 도면 대로 그려서 다시 시작을 했다. 9일 만에 이만큼 했다. 아무래도 아이 케어에 집안 일에 십자수에만 종일 매달려 있을 수 없어서 나름 열심히 틈틈히 한 게 이 정도다. 


이걸 정말 일반인이 120안에 완성할 수 있는 걸까?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십자수 알바 구인을 구인란에 올리신 분이야 120일 안에 작품 완성해 못 보내면 95만원의 돈도 안 줘도 된다. 더구나 보증금 39만원도 돌려 주지 않는다는 원칙이라 손해는 커녕 십자수 재료 판매한 수입이 된다. 과연... 120일 안에 이걸 완성해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는지, 진짜 구인이 맞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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