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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Jul 10. 2024

스침

어떤 스침은 시작일 수도 있다.

이사짐 센터의 1톤 트럭 한 대가 도시 한 복판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사짐 센터 트럭 운전대는 단오가 잡고 있다. 단오는 백미러로 뒤에 따라오고 있는, 레드 색으로 매끈하게 빠진 포드 머스탱 컨버터들 차를 힐끔힐끔 확인하듯 쳐다 봤다. 백미러로 운전석에 앉아 있는 유리의 모습이 힐끗힐끗 보이면서 단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형식도 백미러로 바로 뒤에 쫓아오고 있는 포드 머스탱 컨버터들 차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부럽단 표정이다. 그러다 운전을 하면서도 백미러로 포드 머스탱 컨버터들 차를 힐끔거리고 있는 단오를 보고 피식 웃었다.     


“네가 자랑스러워 한다는 그 여자 사람 친구가 저 친구가?”     


형식은 일부러 ‘여자 사람 친구’에 강조하듯 힘을 주어 말했다. 목소리에는 장난 끼가 배여 있었다.     


“네.”     


형식은 고개를 끄덕이는 단오의 표정을 찬찬히 관찰하듯 쳐다 봤다.      


“자랑스러워 하는 기가? 좋아하는 기가?”     


단오는 신호 앞에 차를 정차하며 건성으로, 덤덤하게 대답 했다.     


“좋아하죠. 멋지고 자랑스러운 친구니까.”     


“내 말은 그게 아닌데. 그 좋아한다는 게 사랑하는 거 아니가 하는 건데?”     


단오는 그 말에 귀가 빨개졌다. 애써 웃어 넘기며 신호등만 뚫어져라 쳐다 봤다.     


“아저씨는 무슨? 여자 사람 친구라니까요. 사랑은 무슨.”     


“진짜가?“     


단오는 단호하게,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백미러로 포드 머스탱 컨버터들 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 유리의 모습을 힐끔거렸다. 얼굴이 불그스름해졌다.

형식은 그런 단오의 변해가는 얼굴색을 놓치지 않고 뭔가 있는 거 같다는 듯 쳐다봤다.





유리는 앞에 가고 있는 이사짐 센터의 1톤 트럭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따라갔다. 이사짐을 다 뺀 집을 쳐다보던 본인의 모습이 떠올라 한숨이 나왔다. 2년 만에 벌써 3번째 이사였다. 그 집이 마지막이길 바랬다. 아등바등, 진짜 열심히 능력 키워서 넓히고 넓혔던 집을 다시 좁히고 좁혀 가고 있었다. 유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화가 났지만 그 동안 가족이라고 받아 준 자신에게도 화가나 뭐라 더 할 말이 없었다.                



“마지막이야. 이제 더 이상 뒤처리 해 줄 돈 없어. 그러니까 ...”     


유리는 단호하지만 괴성을 지르고 싶은 목소리를 애써 누르고 거기까지 말고하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유리는 귀에 꽂은 블루투스 이어폰을 빼 버릴까 싶어 손을 갖다 댔다가 한숨을 쉬며 손을 내렸다.      


“미안해. 그래도 내가 네 엄만데 어쩌겠어.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랬겠냐고... 너는 그 명품 차도 끌고 다니잖아. 솔직히 그 차만 팔아도 네가 나한테 돈을 더 ...”     


유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짐 정리하느라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이 꽂혀 있는 액자를 집어 던졌다. 액자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유리가 악에 받쳐 내뱉는 독설의 목소리가 함께 들렸다.     


“닥쳐! 난 부모 없어. 고아라고, 알아들어?”     


유리는 신경질적으로 귀에 꽂힌 블루투스 이어폰을 빼서 바닥에 던져 버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고아라니, 아무리 화가 나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유리의 두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지긋지긋하게 느껴지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바닥에 떨어진 블루투스 이어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유리는 거실을 둘러 봤다. 현관 앞 바닥에 뚜껑이 열려진 채 놓여 있는 공구함을 보더니 그 공구함으로 다가가 그 안에 있는 미니 망치를 집어 들었다. 유리는 그 망치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내리쳤다. 블루투스 이어폰은 힘없이 깨어지며 그 파편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유리는 생각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더니 차의 탑 오픈 버튼을 눌렀다. 차의 탑이 오픈되기 시작했다. 탑이 오픈되면서 차 안으로 고스란히 넘쳐 들어오는 바람이 유리의 얼굴과 머리카락들을 건드렸다. 바람의 건드림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야. 더는 가족들 뒤치다꺼리 안 할 거야.”     


유리는 얼굴과 머리카락들을 건드리는 도로 위의 바람이 좋았다. 차를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움직이며 차 옆의 거리를 바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힐끔힐끔 쳐다 봤다. 유리는 미소를 지었다.      


‘나 정말 열심히 해 왔으니까. 저들 속에서 멋지게, 궁상 맞게 살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그때 유리의 차 옆, 반대 편으로 지나가는 검은 색의 고급 차 한 대가 보였다. 그 차 안의 뒤 자석에는 강하가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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